한순간 머무는 별
새벽빛이 비치는 수성의 반쪽 모습
수성은 태양계의 모든 행성 가운데 태양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행성입니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아, 관측자들에게는 ‘붙잡기 어려운 행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가 뜨기 전 동쪽 지평선이나 해가 진 직후 서쪽 지평선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며, 그마저도 하루에 약 30~40분 정도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짧은 시간 때문에, 고대 천문학자들은 수성을 ‘샛별’ 또는 ‘저녁별’로 불렀습니다. 맨눈으로 관측할 수는 있지만, 태양의 강한 빛에 가려져 쉽게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수성은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5,790만 km 떨어져 있으며, 공전 주기는 88일로 태양계에서 가장 짧습니다. 공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행성의 이름은 로마 신화에서 신속한 날개 달린 전령의 신 ‘머큐리(Mercury)’에서 유래했습니다. 자전 주기는 약 59일이지만, 공전과 자전의 비율 때문에 수성에서의 하루(태양이 떠올랐다가 다시 같은 위치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는 약 176일에 달합니다. 이러한 독특한 주기는 수성의 하늘에서 태양이 움직이다가 멈추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역행 태양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천문대 옥상 위 망원경 실루엣과 붉게 물든 새벽하늘
수성의 크기는 지구의 약 38% 정도이며, 지름은 약 4,880km입니다. 대기층이 거의 없어 표면은 수많은 충돌 분화구로 덮여 있습니다. 이러한 분화구는 달의 표면과 매우 비슷하게 보입니다.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운석이나 소행성이 감속 없이 그대로 표면에 충돌하여 흔적을 남깁니다. 낮 동안에는 태양에 직면한 표면 온도가 섭씨 약 43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집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 역시 대기가 열을 저장하거나 분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성의 표면은 회색빛을 띠며, 오래전 거대한 충돌로 형성된 ‘칼로리스 분지(Caloris Basin)’와 같은 대형 지형 구조가 있습니다. 직경이 약 1,550km에 달하는 이 분지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충돌 구조물 중 하나입니다. 표면에는 ‘클리프’라 불리는 가파른 절벽 지형이 넓게 분포하는데, 이는 수성이 식으면서 지각이 수축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성 표면의 회색빛 분화구와 가느다란 그림자
과거 수성에 대한 관측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1974~1975년, NASA의 ‘마리너 10호(Mariner 10)’가 최초로 수성에 근접 촬영을 수행했으며, 이후 2004년에 발사된 ‘메신저(MESSENGER)’ 탐사선이 2011년부터 4년간 수성을 공전하며 상세한 지질 지도와 성분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수성의 핵이 행성 크기에 비해 매우 크며, 액체 상태의 외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덕분에 수성은 약한 자기장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는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 진행하는 ‘베피콜롬보(BepiColombo)’ 미션이 2025년 12월 수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며, 더욱 정밀한 관측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성에는 물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1990년대 레이더 관측을 통해 극지방의 깊은 충돌구 바닥에서 반사율이 높은 영역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태양빛이 도달하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며, 그 안에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신저 탐사선은 이러한 지역이 실제로 물 얼음을 포함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습니다.
새벽 지평선 위,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수성
수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태양이 뜨기 직전 또는 지기 직후의 하늘에서, 지평선이 탁 트인 곳이 유리합니다. 쌍안경이나 소형 망원경을 사용하면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지만, 태양이 완전히 뜨기 전후의 시간대는 시야에 태양이 들어올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1년에 6~7차례 ‘최대 동방 또는 서방 이각’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때 수성이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보이므로 관측에 최적입니다.
수성은 천문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수성을 ‘니부(Nibu)’라 불렀으며, 중국에서는 ‘진성(辰星)’이라 기록했습니다. 로마 신화의 머큐리처럼, 민첩함과 신속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현대에도 그 이름은 상업 브랜드, 과학 프로젝트, 예술 작품 등에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관측 순간은 수성의 상징과 같습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빠르며, 가장 변덕스러운 행성이지만, 그 특성 덕분에 인류의 천문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베피콜롬보 미션을 비롯한 탐사 연구가 본격화되면, 우리는 수성의 형성과 진화, 그리고 태양계 초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