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사람들

물 위에 서지 않는 이들의 하루

by 낙화유수

밤새 내린 안개가 강 위를 두텁게 감싸고 있었다. 강가를 따라 난 자갈길 위에는 밤새 스친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 이른 시간의 수면은 늘 그렇듯 낮은 숨소리로만 존재했다. 공기는 촉촉했고, 민물 냄새와 땅 냄새가 뒤섞여 폐 깊숙이 들어왔다. 햇살이 강물에 닿기 전, 강가의 작은 낚시 가게 〈은성낚시> 가 문을 열었다.


성호는 문을 열자마자 안쪽으로 스며든 바람을 느꼈다. 바람은 차가운 듯 부드러웠다. 벽에 걸린 낚싯대들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바늘 봉지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카운터 안쪽 난로에 불을 붙였다. 철로 된 주전자 안의 물이 데워지며 천천히 김을 올렸다. 손님이 올 거라 기대하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물가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발걸음이 있었다. 그는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하면서도 창밖 강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안개는 생각보다 더 깊게 깔려 있었다.

안개 낀 강가에 자리 잡은 오래된 낚시 가게, 갈라진 나무 간판과 벽에 걸린 낚싯대


첫 손님은 경옥이었다. 강 건너편 마을에서 사는 그녀는 낚시는 하지 않지만, 남편이 종종 이곳에서 미끼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오늘은 미끼보다 난로 앞이 더 필요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장갑을 벗고 난로 앞에 손을 뻗었다. 이른 시간의 공기는 습기가 많아 옷깃 안으로까지 스며들은것이 확실했다. “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눅눅하네요.” 그녀가 말하자 성호는 대꾸 대신 커피잔에 막 내린 커피를 따라 건넸다. 경옥은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을 봤다. 안개 속 어딘가에서 물결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위에 아주 작은 점이 천천히 움직였다. 물 위의 누군가였다. 경옥은 오래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난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건 여전히 무서워요.” 성호는 말없이 난로 불을 조금 더 높였다. 경옥의 시선은 창밖과 커피잔 사이를 오갔다.

난로 앞에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싼 여성, 창밖으론 안개 낀 강 위에 보트가 흐릿하게 보임


오전이 조금 지나자, 미꾸라지를 파는 노인이 가게 앞에 섰다. 무릎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고, 손에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작은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오늘은 낚시꾼이 거의 없었지만, 그는 여느 날처럼 미꾸라지를 들고 왔다. “그냥 오는 김에 물 한 번 보고 가려고요.” 노인은 양동이를 내려놓고 가게 앞 평상에 앉았다. 안개가 걷히는 물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오래전 물 위에 있었던 자신의 그림자를 찾는 듯했다. 성호는 말없이 양동이 속 미꾸라지를 들여다봤다. 미꾸라지들은 작은 파문을 만들며 쉼 없이 몸을 비틀었다. 물 위의 보트가 안개 속을 천천히 가르자, 노인은 시선을 잠시 그쪽으로 옮겼다. “ 저 사람은 오늘 몇 마리나 잡을까? ” 그의 목소리는 혼잣말인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물가 평상에 앉아 강 위를 바라보는 노인, 옆에 놓인 미꾸라지 양동이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었다. 낚시하러 온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물을 한번씩 바라봤다. 정미소에서 일하는 남자는 담배를 물고 서 있었고, 슈퍼를 운영하는 젊은 여자는 채소 상자를 옮기다 잠시 물 쪽을 훔쳐봤다. 그들은 물 위의 세상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안개 속을 느리게 가르는 보트를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마치 그곳엔 자신들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할 자리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강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 안에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수면은 여전히 맑았고, 그 위를 지나는 보트는 마치 시간을 늦추는 듯 보였다.


오후가 되자 경옥은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번엔 남편이 주문한 낚싯바늘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바늘 봉지를 들고,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성호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왜 물 위에 오래 있는 걸까요?” 성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땅 위에선 못 하는 생각을 하려고.” 경옥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바늘 봉지를 가방에 넣은 그녀는 문을 나서기 전,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안개가 거의 걷혀, 수면 위로 햇빛이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햇살이 길게 비치는 수면 위, 멀리서 보트 한 대가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



그날 하루 동안, 가게를 찾은 사람 중 물에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강을 보았다. 그들의 발은 물가에만 머물렀지만, 시선과 마음은 잠시나마 물 위로 건너갔다. 해가 기울 무렵, 강 위로 다시 안개가 스며들었다. 강가의 공기는 조금 더 차가워졌고, 그 속에서 하루의 소리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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