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의 숨결

빛과 그림자의 경계

by 낙화유수

서버룸 문이 열리며 차가운 공기가 민재의 얼굴을 스쳤다. 그는 라엘과 알렉스와 함께 문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의 손에 쥔 USB 드라이브는 북한의 핵 비밀을 담은 묵직한 짐이었고, 그 무게가 그의 마음을 깊이 짓눌렀다. 국정원 블랙요원으로서 단련된 감각은 주변의 미세한 소음과 움직임을 경계했지만, 알 수 없는 예감이 그의 가슴을 불안으로 채웠다.

“이 안이 과연 안전할까…”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라엘은 HK45를 손에 든 채 안을 살피며 낮게 말했다. “여기가 후버 서클의 비밀 창고야, 방심하지 마.”

이미지 : 서버룸 입구, 푸른 LED 불빛이 깜빡이는 금속 문 뒤의 음산한 공간


문 안으로 들어서자 끝없이 펼쳐진 금속 벽과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가 민재를 압도했다. 그는 라엘과 알렉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발밑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고, 공기는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서버룸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숨 쉬는 듯했다. “이게 다 뭐야?” 민재가 물었다. 라엘은 차갑게 대답했다. “시간 코드를 다루는 장소야. 후버 서클이 세상을 쥔 열쇠가 여기 숨겨져 있어. 이곳은 그들의 심장이야.” 알렉스가 서버 패널을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 “이 푸른빛… 뭔가 잘못된 기운이 느껴져.” 민재는 서버의 금속 표면에 손을 대봤지만, 뜨거운 열기와 미세한 떨림이 손끝을 통해 전해질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서버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리며 바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민재의 훈련된 본능이 반응하며 몸을 숙였다. 라엘은 HK45를 겨누며 속삭였다. “RGB가 쫓아왔군. 대비해.” 알렉스는 M84 섬광 수류탄을 꺼내 들며 말했다. “시간 왜곡의 기운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 민재의 심장은 여행자처럼 길을 잃은 듯 두근거렸다. 그의 손에 쥔 USB가 뜨거워지며 미세한 떨림을 일으켰다. 그는 서버 패널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이걸 꽂아야 하나?” 라엘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해야 해. 하지만 결과는 장담 못해.”


서버룸 문이 흔들리며 소음이 커졌다. 문이 열리자 북한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리더가 차갑게 말했다. “그 물건을 넘겨라!” 민재는 라엘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에서는 단호한 결심이 번뜩였다. 알렉스가 M84 섬광 수류탄을 던졌고, 강렬한 섬광과 굉음이 서버룸을 뒤흔들었다. 요원들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고 혼란에 빠졌다. “이쪽으로!” 알렉스의 외침과 함께 세 사람은 서버 뒤로 숨었다. 민재의 발밑에서 바닥이 흔들리며, 시간 왜곡의 첫 조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연막이 걷히기도 전에 서버에서 또 다른 경고음이 울렸다. 민재는 숨을 죽이며 상황을 살폈다. 북한 요원들이 섬광의 여파에서 회복하며 다시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엘은 HK45로 방어선을 유지하며 말했다. “빨리 움직여. 이곳이 무너지기 전에!” 알렉스는 부상당한 다리를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더 버티기 힘들어…” 그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민재는 서버 패널에 다가가 USB를 꽂으려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푸른빛이 뒤틀린 도시를 비추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뜻이지?” 그는 혼란 속에서 중얼거렸다.

이미지 : 서버룸 안, 섬광 후 혼란에 빠진 북한 요원들의 실루엣


라엘이 그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집중해. 네가 해야 해.”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USB를 서버 패널에 가까이 댔다. 그 순간,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며 서버에서 강렬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의 눈앞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게… 시간 왜곡인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라엘과 알렉스가 그를 끌어내리며 서버 뒤로 숨겼다. RGB 요원들이 회복하며 총을 들고 접근했지만, 섬광의 여파로 조준이 흔들렸다.

이미지 : 서버룸 안, 폭발하듯 터진 푸른빛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잔상


총성이 서버룸을 가득 채웠다. 라엘은 HK45로 대응 사격을 시작하며 민재를 보호했다. “이쪽으로 몰아!” 그녀의 외침이 울렸다. 알렉스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섬광탄을 추가로 던질 힘을 쥐어짜 냈다. 민재는 서버 패널을 다시 살피며 USB를 꽂을 기회를 노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환영—푸른빛이 무너지는 건물을 비추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미래를 보여주는 건가?”


그는 혼란 속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라엘은 그의 망설임을 알아채고 다그쳤다.


“지금이야, 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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