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붉은 점

나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

by 낙화유수

밤하늘은 언제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숨결이 깃들어 있습니다. 별자리의 윤곽은 매일 미세하게 이동하고, 은하수의 흐름은 계절마다 다른 높이로 걸립니다. 그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다가오는 붉은 점, 화성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고대인들은 그 붉음을 전쟁의 신으로 읽었고, 현대의 우리는 탐사의 목표로 바라봅니다. 이름은 달라졌어도 의미는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나요?” 화성의 하루는 지구보다 40분 더 깁니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큰 변화를 만듭니다. 화성의 일 년은 687일, 두 배로 늘어난 계절이 이어집니다. 화성은 말합니다. 빠름이 법칙이 아니며, 당신의 궤도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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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하늘을 가르는 화성의 붉은 빛


화성의 봄은 특별합니다. 지구의 봄이 꽃잎의 고요한 떨림이라면, 화성의 봄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가깝죠. 겨울 내내 얼어붙어 있던 드라이아이스가 한순간에 기체로 바뀌며 모래 언덕을 무너뜨립니다. 표면의 선들이 새롭게 쓰이고, 풍경은 전혀 다른 얼굴이 됩니다. 우리 삶도 그러하죠. 우리는 늘 조용한 변화를 기대하지만, 실제로 다가오는 전환은 예고 없는 충격으로 나타납니다. 실패, 이별, 뜻밖의 기회가 동시에 밀려와 궤도를 바꾸어 놓죠. 그러나 혼란조차도 또 하나의 계절입니다. 화성의 봄은 말합니다. 당신의 격렬함도 인생의 일부이니,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라고. 저 역시 제 삶 속의 균열들을 떠올립니다. 말 한마디가 관계의 언덕을 무너뜨리고, 침묵이 오래된 다짐을 허물어 버린 순간들. 그때마다 상처를 부끄러워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틈으로 빛과 바람이 스며들었습니다. 균열은 결함이 아니라 창이 될 수도 있음을 배웠죠.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각자의 입장과 성장에서 굳어진 가치관의 차이는 서로 좁히려는 노력보다 마주하지 않는것이 더 효울적인 것이 특히나 사회 생활에서는 가능 하다면 최고의 방법임은 이미 우리는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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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광의 번짐과 붉은 바다


화성의 협곡, 발레스 마리너리스는 길이 4,000km, 깊이 7km에 이릅니다. 지구의 장엄한 협곡조차 그 앞에서는 작은 흠집처럼 보입니다. 균열은 결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장엄한 풍경이 됩니다. 우리의 실패와 상처 역시 그렇겠죠? 무너짐 같아 보여도 결국은 나를 증명하는 무늬가 됩니다. 탐사 로버(무인차량)가 협곡을 지나며 남긴 바퀴 자국을 떠올려 보세요! 인간은 직접 가지 못했지만, 기계를 통해 함께 걸었습니다. 마치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것처럼요. 관계는 발자국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언젠가 바람이 흔적을 지운다 해도, 이미 새겨진 발자국 그 자체를 덮을 뿐이지 새겨졌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붉은빛과 검은 음영을 겹쳐 웅장한 깊이


저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 복귀라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별을 본다는 것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일입니다. 화성을 보며 저는 질문하고 싶어 집니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잃고 있는가? 대답은 늘 완전하지 않죠.


어떤 날은 침묵이 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침묵은 도망이 아니기에 겨디어낸 후로 말은 더 또렷하고 더 멀리 날아갑니다. 화성의 극관(양극 지방에 존재하는 거대한 덮개)은 계절마다 커졌다 작아집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확신이 지나치면 겸손으로 식히고, 위축이 지나치면 다독이며 다시 일어섭니다. 먼지폭풍이 행성을 덮을 때 로버는 웅크립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걷기 위한 숨 고르기입니다. 우리 삶에도 태양합의 시간(지구-태양-다른행성이 일직선이 되는 시간대)이 있습니다. 신호가 끊기고 말을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시간은 고장이 아니라 보정입니다. 침묵을 통과한 다음의 말은 더 정확해지고 더 멀리 퍼집니다.


내일 아침 우리는 다시 동쪽 하늘에서 붉은 점을 찾겠죠? 앱의 지도를 참고하되, 하늘의 좌표와 마음의 좌표를 나란히 적어두면 하루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을 겁니다. 작은 의식이 큰 궤도를 지킵니다. 화성은 멀리 있지만, 질문은 늘 가까이 있습니다. 당신의 속도로 숨 쉬고, 견뎌낸 균열을 기억하며, 때를 아는 응답을 남기십시오. 그것이 화성이 건네는 철학입니다. 오늘 밤 창을 닫기 전 저는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 보게 하겠죠?


붉은 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빠르지 않되 멈추지 않는 속도, 가까우되 넘지 않는 거리, 깊되 무너지지 않는 균열, 오래 남는 기록, 그리고 침묵 끝에 오는 응답. 그 다섯 가지를 기억한다면 내일도 우리는 제 궤도를 사랑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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