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한 마음

by 이유하

당신은 가족을 위해 울타리를 세우고

지붕을 수리하고 벽을 칠하는 일에 여념일 것이다

그럼 나는 집안을 정돈하고

화분을 가꾸고 밥을 짓는 일에 여념일 것이다

우리의 아이는 그 안에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환한 웃음을 이곳저곳에 뿌릴 것이다

저마다의 큰 역할은 늘 있다


벽을 칠하는 당신 옆에 서서

페인트통을 들어주거나

망치질하는 옆에서 못을 건네주거나

나는 종종 그럴 것이다.

어떤 날은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아이와 함께 마당을 뛰어다녔으면 하고

어떤 날은 다 제쳐두고 나를 업고 뛰어줬으면 할 것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당신에게 페인트 색을 골라주기도 하고

나의 설거지 그릇을 옮겨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아주 어쩌다 한 번씩은

당신의 그 페인트통을 발로 차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당신 또한 내 손에 든 걸레를 뺏어 내던지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날 봐요. 날 봐요’

그것 좀 그만하고 나 좀 봐요

하고 싶은 말을 뱉으면 될 일이다

각자의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잡아주면 될 일이다

그것마저 벅찰 땐 바라보기만 해도 될 일이다

내가 가장 아꼈던, 아끼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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