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회신

by 이유하

주말이 가고 고요하던 월요일 수업이 끝을 보이는 시간.

하나, 둘 교문을 빠져나오는 아이들이 보인다.

한적해진 거리가 기분 좋은 소음으로 가득 차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좋다.


어김없이 해랑이가 오늘은 친구 태성이를 데리고 문구점으로 들어선다.

궁금한 내 얼굴을 알아챌까 최대한 바쁜 척을 시작한다.

“사장님!! 태성이가 드디어 젤리를 받았어요! 그것도 두 개나요!!

사서선생님이 웃고 또 웃었어요. 웃음소리가 도서관 밖까지 들렸을걸요!!”

“어?? 태성이가 젤리를 두 개나??”

사실 태성이의 시는 둘째고 나는 벌써 그녀의 웃음소리를 상상하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

그 조용한 공간을 박차고 퍼졌을 웃음은 어떤 걸까.

태성이는 얼굴이 좀 붉어진 거 같았지만 의기양양하게 젤리를 봉지째 털어 넣고 있었다.

그런 녀석 옆에서 또 쪽지를 꺼내 펴 보이는 해랑이.

“야~~ 읽지 마아~~”

“아, 사장님은 괜찮아. 우리처럼 시를 배우고 싶대.”

‘그렇다면 뭐 괜찮지’ 하는 허락의 의미로 태성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해랑이가 펼친 쪽지에 울퉁불퉁 글자들이 내게 인사를 한다.

‘오늘 내 짝꿍은 파란색 옷을 입었다

나는 빨간색 옷을 입었다

우리는 태극기다

오늘은 싸우지 말자

우리는 태극기다’

....!!!!!


‘녀석.. 제법인데?’

태성이는 사서 선생님의 조언을 그대로 흡수해 짝꿍으로 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써진 태극기는 너무도 늠름했다.

바퀴벌레에서 힘차게 널뛰기한 아이가 그녀를 무장해제 시켰을까.

순수함을 시로 꺼낸 기특함에 웃었을까.


정작 가장 궁금한 답을 듣기 전이었다.

놀란 내 얼굴을 보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해랑이가 가방 앞 지퍼를 열고 편지 봉투를 꺼낸다.

“사서선생님이 사장님 갖다 주라고 했어요.

아, 그리고 시는 배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래요.”

편지를 전해주는 아이의 손이 낯설지가 않다.


이렇게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

과분하게도 그런 순간이 계속되는 날들이 있었다.

내 삶에 가장 뜨거운 순간 속에 벅차게도 많은 마음을 받았던 날들.

어린 소년들을 앞에 두고 덩치만 커다란 청년 하나가 서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나의 시간 여행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소파에 앉아 게임 카드를 꺼냈다.

어린 시인들이 젤리를 오물거리며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참을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놀던 아이들이 가고 시계를 보니 아직 퇴근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 남았다.

아이들이 주고 간 편지를 몇 번이나 폈다가 접어본다.

집으로 가서 읽어야 할까, 지금 당장 읽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의자를 당겨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편지를 펼치자 그녀만큼이나 여리고 작은 글씨들이 담겨 있다.


‘달았던 귤 맛은 아득하지만

신호등 밑에 설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혹시 문을 열고 나와 이쪽을 바라볼 눈을.

보내주신 쪽지 앞에 설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울새에 머문 그 마음을.

어찌하여 둥지로 가는 길목에 서 계시나

오래 생각했습니다

듣는 걸 좋아하신다니

목을 아껴야겠습니다’


달력을 확인했고 핸드폰 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그녀의 시는 현재를 의심하게 했다.

그녀가 즐겨 입던 옷차림과는 반대로 내가 받은 그녀의 글은 저 먼 과거에서 고이 접어 보낸 마음 같았다.

오래오래 정성껏 먹을 갈아 붓으로 눌러쓴 것처럼 그녀의 글은 읽는 이를 경건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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