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쓰던 글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무더위를 잊게 해 준 고운 나의 열망이 마무리되었다
완성이라기엔 벅차고
완주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내 안에 모든 것을 흡입하는 일임을 배웠다
그 세계를 위해 소소하게나마 떠올린 모든 모래알까지 샅샅이 빨려 들어간 기분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아침
개운함과 동시에 감각의 건조함이 느껴진다
오늘따라 친정엄마의 걱정스러운 조언 한마디가 서슬처럼 퍼렇게 들리고
오늘따라 숙제하는 아이의 엉덩이가 유난히 들썩거리는 것 같다
기어이 따가운 한마디를 그들에게 내지르고 만다
그러고 거울 속의 나를 아프게 바라본다
관찰자로는 깃털처럼 다루기 아까운 사람의 감정이
주체가 되기만 하면 모든 게 증발해 버린 사막이 되었다
쓰는 나와
사는 나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크다
온갖 은유와 여운에 허덕이다가
내 삶까지 파고 들어온 숨은 뜻 찾기에 진이 빠졌다
열이 있는지 이마만 짚으면 되는 일에
너무나 많은 이마를 추측하느라
정작 글 밖에 선 나는 이렇게나 엉망이었다
실천과 실현에 서투른 나라서
게으른 창조에 몰두하는 걸까
주저하기만 하는 말과 행동을 대신하여
돌진하는 글을 붙잡은 걸까
코끝이 시려오는 이 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린 마음에 담요를 덮어주면 될까
시린 마음에 따뜻한 차 한잔 흘려보내주면 될까
마음의 온도가 오르고 나면
내일 아침은 한 뼘 더 시다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