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식물을 키우듯이

by 이유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식물을 키웠지

햇빛이 내리쬐는 곳마다 옮겨 주고

물을 주고 바람을 주고 아끼고 아껴 키웠지

애정이 깊어 때론 적당히를 잊어버렸지

지나친 애정에 종종 식물이 앓기도 했지

그렇게 품 안에서 고이 길러낸 아까운 생명인데

품 안의 공기와 문밖의 공기는 너무나 달랐지

단단한 준비도 긴 연습도 소용이 없었지


어루만지기만 했던 고운 너의 잎이

찢기고 부서지고 망가져 돌아오기도 했지

나는 그저 안아주면 되는 것을

그저 살살 만져주면 되는 것을

어디서 그랬는지

누가 그랬는지

그런 건 하나도 중요치 않았는데

다그치고 당부하다가

아까운 시절이 흘러버렸지


너와 나 사이에 큰 벽이 놓인 시절이지

그 벽에는 문도 있고 창문도 있지

그마저 다행이지

나는 너에게 갈 때, 바람이 되고 비가 되고 달빛이 되어 가지

그저 나로 가기엔 조심스럽지

내 모습이 버거워

네가 숨죽이고 문가에 귀를 댈까 봐

나는 듯이 가서 가볍게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하지


하지만 나와달리 너는 막무가내지

두서없이 창을 젖히고 문을 벌컥 열고

예고 없이 커튼을 치고 문을 걸어 잠그지


이제는 벽을 앞에 두고 기다리기만 하지

여전히 넘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마저도 수신자 확인이 필요하지


나는 오늘도

기다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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