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은 아니었지만
시간의 두께와는 별개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어여쁜 사람이 있었다
미소 하나,
손짓 하나,
건네는 말 하나,
사람을 향한 배려와 존중이 묻어나는 사람
그랬기에 만나는 시간만큼
아끼는 마음도 함께 자라난 사람
그런 사람이라서
속으로만 애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모두가 다가가 저마다의 소리를 터뜨릴 때에도
나는 묵묵히, 덤덤히
속으로만 환호했다
소리 없이 열렬히 애정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고 얼마 후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
비슷한 나이의 그녀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걸 배웠다
그녀의 슬픈 사연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머리로만 짐작할 뿐,
나는 그녀가 아니기에
감히 그 슬픔을 이해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었다
그동안 내게 보이던 친절은
만날 때마다 보이던 미소는
사연을 상상할 수 없게
한없이 맑고, 한없이 밝았다
햇빛만 받고 자란 꽃은
절대 품지 못하는 찬란 같은 절망
그 늪에 빠져 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아픔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비 온 뒤 무지개 같은 것
슬픔을 딛고 기쁨을 노래하기란
얼마나 아름다운 성숙인가
선생님,
이제는 훨훨 날아가세요
고단한 지난날은 이곳에 묻어 간직하고,
날아간 그곳에서 사랑의 씨앗을 심으세요
부디,
만개하고 또, 만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