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말들

by 이유하


아빠와의 통화는

30초를 넘기기 힘들었다

이런저런 말을 아무리 늘이고 잡아 빼도

긴 문장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묵직한 입이었다


주위에 간혹 그런 아빠들이 있었다

손녀딸보다 딸에게 더 살가운 사람

아이가 아닌, 엄마가 된 딸에게도

여전히 다정한 사람


매일 아침 달큰한 열매라도 무는 걸까

어떤 입가엔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수국이

가을이면 단감이

겨울이면 빛을 받아 눈조차 꽃인 체를 했거늘

우리 아빠의 입가는 늘 모래사장이었다


모래 넘어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는 걸

나는 모르지 않았으나

바다가 모래를 삼켜

내 발밑까지 밀려오는 날은 드물었다


슬픈 드라마를 함께 보는 날이면

아빠와 내 얼굴에만 비가 내렸다

엄마는 그런 우리에게

티슈 한 통을 통째로 내밀었다


또 어떤 날엔

아빠 얼굴에만 비가 내렸고

나는 그 커다란 손에

조심스레 휴지를 쥐여주기도 했다


바다를 품은 아빠는

묵묵히 나를 키워냈다

눈짓으로

손짓으로

발걸음으로


‘바다는 푸르다’

‘바다는 넓다‘

‘바다는 짜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내게 바다를 짐작하게 했다


말없는 사람 곁에선

눈치가 느는 법이었다

가끔 제어되지 못한 눈치는

가시가 되어 아빠를 아프게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성숙에 더딘 나는

여전히 그 침묵이 애달팠다


글로 밤을 새우는 날이 늘어나서야

체할 것만 같던 아빠의 언어들이

매일 밤 시가되어

창가에 머물다 가는 걸 느꼈다


그렇게도 원망했던 침묵이

섬이 되어 내게 왔다


바다가 바다를 품고

시가 시를 낳는 곳

아빠와 나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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