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이 부족해도 탈이 나고
받은 사랑이 넘쳐도 탈이 나지
그래서 나는 자식이지
이 자식
작은 나의 몸을 채우려
오후 내 끓인 백숙을 먹으면
밤새 개어내고 마는
이 자식
채워서 풍만했다가
터져버려 쪼그라드는
부모의 마음
상처는 사연이 되고
기억은 시어가 되어
자식 마음에 남지
왜 사랑은 흐릿하고
왜 상처는 선명할까
부모가 된 이 자식
내 자식은 다르게 키울 거라며
턱을 치켜들기 바쁘지
너그럽게
다정하게
“하지 마” 말고
“괜찮아”라고
그 옛날 내가 더 듣고 싶던 말
내가 건네줘야지
내 자식은 이 자식이
안 되게,
덜 되게
부모가 되어
부모 마음을 더듬다 보면
관용이
포용이
모든 답은 아니라는 걸
내 자식의 거친 촉감과
소란함 속에서
나는 지난날
내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지
조급해져도
나는 힘을 빼야지
거침이 아닌 건강함으로
힘을 뺀 곳에
자기 목소리를 채우게 해 줘야지
이 자식이 내지 못한 소리를
내 자식이 내느라
소란인 거라고
덜어내고
멈춰 서고
그러다 돌아보고
마음껏 춤추게 해 줘야지
나도 같이 춤을 춰야지
넘어질까 다칠까
몸 사리지 말고
염려하지 말고
긴장을 빼고
같이 춤을 춰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