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웃고 있었다.
땅콩버터와 딸기잼이 사이좋게 발라진 식빵을 먹으며,
하교 뒤에 찾아온 평온 속에 잠시 머물렀다.
간식을 먹은 아이가 환한 웃음을 남긴 채 현관문 밖으로 떠났다.
그저 나갔다고 적어도 될 일을,
나는 자꾸 떠났다고 쓰고 싶어진다.
오늘따라 남겨지는 일이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한 시간 뒤 돌아온 아이는
허겁지겁 숙제를 던져두고
킥보드를 챙겨 다시 밖으로 향했다.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곳으로,
가슴 가득 설렘을 안은 채.
처음으로 나 없이 문을 나서던 날이 떠오른다.
그 뒷모습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지,
괜히 한 발짝 뒤따라 나서고 싶던 마음을
겨우 붙잡고 서 있던 기억.
어느새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씩씩하게 넓혀갔으며,
하루하루 자신의 시간을 촘촘히 설계하는데 열중이었다.
이런 날이 곧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거라 믿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안에 서게 되자,
편안함보다 조금씩 비어 가는 자리만 눈에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었다.
이상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속도를 맞추지 못한 채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아이의 노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쓸쓸할까 싶어 마중을 나갔다.
더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기다리며
나는 몇 번이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요즘 나의 하루는
기다림으로 채워진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만, 투정 묻은 농담을 던졌고
그 한마디에 아이의 표정이 굳었다.
이내 등을 돌린 채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
‘... 가지 마.‘
아이일 뿐인데.
나는 어른인데.
자꾸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아이를 이해하려다
어느새 아이가 되어버린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