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울푸드는 엄마의 요리인가요?

by 헤리나

몸살을 했다.

이틀을 굶고 시간도 모르고 자며 앓다 삼일째 되는 날 일어나 앉으니 엄마의 육개장 생각이 간절했다.


큰 솥에 참기름 두르고 마늘 볶다 고기 볶고, 고춧가루 무 넣어 볶다가 국간장 간하고, 물 부어 끓이다 고사리 표고버섯 콩나물 대파 넣어 팔팔 끓인 경상도식 육개장.

길게 썬 대파를 넉넉히 넣어 달큰하고 고춧가루의 칼칼한 맛이 가득한 소고깃국이 너무 생각났다.


엄마께 전화 걸어

"소고깃국 끓여주세요." 바로 본론이다.

뜬금없는 말에도 엄마는

"응 끓이줄게. 오늘?" 하신다. 이어진 대화에서 볼일 보고 점심때 들어와 끓이기 시작하면 네 시 넘을 건데 그때 끓여도 괜찮겠나 하신다.

급한 거 아니라고 엄마 시간 될 때 아무 때나 해주시라고, 엄마가 끓인 소고깃국 생각나서 그런 거라고 했다.

몇 시간 뒤 아빠는 손잡이도 없고 밀폐도 안 되는 옛날 스텐 찬합에 담긴 뜨끈한 소고깃국을 가져다주셨다.

꽁꽁 묶은 두 겹의 비닐봉지와 한번 더 겉을 감싼 분홍색 보자기

길게 뚝뚝 썬 대파가 푹 익어 대파만 건져 먹어도 달큰하다. 굵은 고춧가루가 묻은 납작한 소고기와 무를 같이 크게 한입 떠서 먹으니 아 몸살이 개운하게 끝났구나 하는 기분이 퍼졌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무 때나 상에 올라오던 음식이라 특별한지 몰랐었다.

결혼하고도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야 엄마의 경상도식 소고깃국이 특별해졌다.


나중에 엄마가 세상에 안 계실 때 이 음식이 생각나면 나는 몇 배로 슬프겠구나 싶어졌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표 ㅇㅇ'이라는 나만의 음식은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엉뚱한 결심도 했다.


귀가 전인 큰 아이가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 뭐래요?"

"감기"

"다행이다."

아파서 자던 새벽 내 코밑에 손가락을 쓱 대보고 가던 아이 모습이 꿈처럼 떠오른다.

마침 남편도 없을 때 아프니 딴에는 걱정했던 모양이다.

"왜 엄마 죽을까 봐 걱정했어?"

"네 뭐 폐렴이나 더 큰 병일까 봐요." 한다. 많이 걱정했구나 싶어 순간 울음이 터졌는데 참으려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엥 큭큭" 울다 웃으니 아이도 따라 웃다가

"그만 울어요 그러다 폐 터져요." 해서 또 같이 웃었다.


평범한 저녁 식탁에서 남편에게 질문을 했다.

"여보는 죽기 전에 한 가지 음식을 먹는다면 뭐가 먹고 싶어요?"

"음.... 오 그거 좋은 질문이다! 나는... 우리 어머니 갈비찜."

"역시 다들 엄마의 음식인가 봐 나도 우리 엄마 소고깃국인데!"


오늘 첫째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는 조금 생각하더니 "글쎄요? "

"쏘울푸드 같은 거 없어?"

괜히 섭섭해진다.

"음... 먹고 싶은 건 그때그때 먹은 거 같아서... 굳이 죽기 전 마지막 메뉴 고르라면 파스타나 뇨끼 먹을 것 같아요."

"아 엄마가 만든 음식은 아니구나. 내가 부족했다." 하고 웃으며 사과하자 아이도 따라 웃다가 좀 미안했는지 "어머니 브로콜리 수프도 곁들여 먹을게요."

"고맙다. 세트메뉴에 넣어준 거네?"

"네 메인으로는 아니고 사이드로 먹을게요."

"고맙다, 더 분발할게."


아이들이 나 없을 때 그리워할 '우리 엄마요리'를 남기지 않아 아이들이 슬플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니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요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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