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관찰자 시점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스무 살 첫째와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는 거실로 가고 나와 부모님은 식탁에 남아 자잘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소파에 있던 아이가 간간히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가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 디스를 하시고 할머니는 들은 체도 안 하시다가 가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정하시곤 이내 당신 관심사를 이야기하셨다고.
“내는 가끔 밥 해도 밥물이 많으면 부어버리고 적으면 더 넣고 하거든? 느그 엄마는 몇십 년을 했는데 아직도 손 넣어보고 그래도 물을 못 마차!“
엄마는 아무 타격이 없다.
“밥물을 왜 못 마차~”
나는 엄마 편을 든다.
“아빠가 잘하는 건 아빠가 해줘요 그럼~”
“근데 그럴라고 해도 전부 다 내가 잘하는데 뭐!”
(와하하하)
엄마도 아빠도 소파에 있던 첫째도 웃었다.
엄마는 일주일이 바쁘시다.
아빠는 엄마의 일정 중 월수금 점심을 함께하시고 나머지는 외롭다.
엄마는 평일 새벽미사, 아쿠아로빅 주 2회, 단전호흡 주 2회, 파크골프, 아파트 경로당 수업과 주 3회 점심, 성당 레지오 회합 후 점심, 일요일 미사 등등
이 외에 각종 단체에서 맡은 역할로 주중 모임이 비정기적으로 있고, 친구분들과 코스트코도 주 1회 가신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지인과 토스앱 접속으로 몇 십원 적립, 손목닥터 걷기로 포인트 적립도 하신다.
어제는 적립된 포인트를 쓸 수 있게 옮겨 달라 하셨다.
사람들이 포인트 바꿔서 고기 사 먹더라며.
손목닥터 포인트가 팔만구천 원이나 쌓여있어 서울페이 앱을 깔고 가입하고 옮겨 드렸다.
나중에 당신 혼자도 할 수 있게 다시 알려달라 하셔서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드렸다.
”손목 닥터 앱 누르고 포인트 누르면 밑에 서울페이 보이죠? 지금은 포인트 영인데 있다 치고 ~“
엄마가 끔쩍 놀라신다
“에? 내 안 썼는데 와 없노??”
(흠….)
“방금 서울페이로 옮겼잖아요”
서울페이 앱에 잘 있음을 보여드리자 “아 맞네 맞아 흐흐”
토스 포인트도 이마트 상품권으로 바꿔 드렸다.
내일 당장 이마트 가신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길 첫째가 오늘 할머니 할아버지 대화가 너무 재밌었다며 복기하였다.
“어머니가 손목닥터 포인트 영이라고 하니까 할머니 까암짝 놀라셨잖아요. 할머니 안 그래도 그런데 민감한데 없다고 하니까요.
저번에 저랑 여행 갔을 때도 할머니 토스 꾹꾹 눌러서
10원 50원 쌓이면 막 웃으셨단 말이에요. “
“그러네 내가 단어 선택을 너무 직설적으로 했네! “
“할머니는 모동숲주민 같아요. 거기에선 하루 종일 바쁘고 뭐 먹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운동하는 애도 있어요 “
(5년 전쯤 유행한 닌텐도스위치 게임(모여봐요 동물의 숲)으로 무인도로 이주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섬을 꾸미고, 주민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내용이다.)
“그래? 그 게임 속 캐릭터들은 바쁘게 놀기만 해? 생산적인 일 하는 건 없어?”
“네 안 하던데요? 가끔 바닷가에 가서 앉아 있고 하는 정도예요.”
“ ㅋㅋㅋ 할머니랑 너무 비슷하네!”
늘 바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이 손자가 보기엔 동물의 숲 주민 같은 귀여운 에너지로 보였나 보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거의 스케줄이 없으시니까 할머니만 관찰하며 못마땅한 거 기억했다가 우리가 가면 이르시는 게 너무 웃겨요. 할머니는 타격 일도 안 받으시고요. “
“그러게 우리 아버지 심심해서 큰일이다.”
“할아버지가 오늘 저 갈 때 ‘또 와~’ 하셔서 짠했어요.”
(예전 꼬마시절 할아버지가 현관에서 배웅하며 “얼른 가라~ 얼른 가~” 하신걸 단어 그대로 빨리 가라고 받아들였던 일화가 있다.)
이야기 끝에 아이는 할아버지 심심하실 테니 가끔 혼자 들러 할아버지 이야기 들어드려야겠다고 했다.
훈훈한 일요일 저녁이다.
난 또 손 안 대고 효도코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