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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17. 2022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20

22/08/10

생후 100일을 기점으로, 아이에게는 여러 변화가 생겼다. 그 중 가장 크고, 특징적인 변화가 있다면 바로 감정표현을 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들은 '따라 웃기' 선수가 됐다. 내가 포복절도하는 모습에 덩달아 입꼬리를 올리면 '헤헤' 소리를 낸다. 스마트폰엔 벌써 아이가 웃는 사진과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부자(父子)사이 '깔깔 전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마치 누구 웃음소리가 더 큰지, 누가 더 재밌게 웃는지 대결하는 모양새다. 보통은 내가 선공을 날린다. 억지 웃음을 쥐어짜내며 입을 크게 벌리면, 아기는 '흥! 내가 더 잘 웃지'하며 꺄르르 반응한다. 재밌는 건 엄마에게는 그렇게까지 웃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은 벌써부터 아빠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방법을 잘 아는 것 같다.


이 억지웃음의 릴레이엔 묘한 힘이 있다. 특별히 행복하거나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도 아닌데,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방송인의 말처럼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인가. 앞뒤 사정은 중요하지 않고, 일단 웃고 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아들을 웃게 해주느라 덕분에 무표정한 나도 웃을 일이 많아졌다. 참 신기할 노릇이다.


'웃음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때다. 아들의 웃음 한 조각에 우리 세 식구는 별다른 웃을 일 없이도 '하하' 소리를 낸다. 정말 웃겨서 인지는 알 길이 없다. 어쩌면 아들도 아빠가 웃으니 그저 따라 웃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까닭이 어쨌건, 많이 웃는 건 좋지 아니한가. 가수 토이의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넌 장난이라해도.'란 가사처럼 사랑, 그리고 웃음엔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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