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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21. 2022

사과가 재미없어도 되나요?

#1. 심심(甚深)하다

잘못을 했다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 그런데 그 사과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면? 혹은 간이 모자란 다소 싱거운 사과라면?


한 카페가 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예약 오류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심심한' 이란 수식어를 붙여 논란이 됐다.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표현에 일부 누리꾼은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심심한 게 뭐냐' '억지로 사과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나쁘다'고 반응했다. 심심한 사과는 정말 '억지 사과'를 뜻하는 걸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심심(甚深)하다'의 정의는 이렇다.

심심(甚深)하다 :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심할 심(甚)'자는 흔히 '심하다, 정도가 지나치다'의 의미를 갖는다. '차량 정체가 <극심>하다', '손해가 <막심>하다' 등에 이 심(甚) 자가 쓰인다고 한다. 한편 '깊고 두텁다'는 뜻도 있는데, '심심한 위로'가 대표적 예다.

'깊을 심(深)'은 말 그대로 '깊다'는 의미다. 심야(깊은 밤), 심해(깊은 바다), 심층(깊은 밑층) 등에 쓰인다.


즉, '심할 심(甚)과 '깊을 심(深)'이 더해진 '심심한 사과'는 깊은 마음으로 상대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음식 맛이 싱겁다는 의미의 '심심하다', 재미가 없고 지루한 상황을 뜻하는 '심심하다'는 모두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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