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아이가 생기기 전엔 잘 몰랐다. 아기들은 때가 되면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발달 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는 사실을. 보통 생후 한 달 전후로 받는 1차 영유아 검진을 건너뛴 아들이 곧 6개월을 앞두고 2차 영유아 검진, 사실상 첫 검진을 받으러 소아과를 찾았다.
사실 아이의 건강 상태는 매일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변 치워주고, 재우는 부모가 가장 잘 안다. 다만 엄마아빠는 전문가가 아니다. 나도 아내도 아이의 작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인터넷 선생님'에게 매일 같이 조언을 얻었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검진을 기회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예약해 둔 병원에 도착해 가장 먼저 키와 몸무게 그리고 머리둘레를 쟀다.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는 아들을 안으며 우리 부부는 '분명 또래보다 체중이 많이 나갈 것'이라 예감했었다. 혹시 과체중은 아닐까 걱정도 했다.
체중계에 9.1이란 숫자가 찍혔다. 옷 무게 200g을 빼고 최종 8.9kg. 아들이 정확히 3kg에 태어났으니 6개월이 채 안돼 몸무게 3배가 된 것이다. 같은 또래와 성별 아이 100명을 줄 세웠을 때 아들은 93 백분위, 즉 8번째로 무겁다는 진단이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바라보며 '역시 그랬군'이란 무언의 공감대를 확인했다. 키는 평균치보다 조금 크게, 머리둘레는 조금 작게 측정됐다. 다행히 세 지표 모두 지극히 정상 범위 내에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다음은 의사와의 대면 시간. 1분 이내로 끝나는 종합병원 건강검진 상담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세세히 살펴보셔서 놀랐다. 우선 낯선 환경에 마주한 아이를 위해 딸랑이를 흔들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곤 '아이가 참 귀엽다'는 칭찬과 함께 시각, 청각, 운동 능력 등 여러 감각 기능을 확인했다. 아이는 곧잘 반응했다.
청진기로 심장을 비롯한 장기 소리를 일일이 듣고, 입안 구석구석 라이트를 비춰 살펴보고, 허벅지와 다리 모양까지 확인하며 아이 상태를 확인했다. 의사는 '아이가 전체적으로 너무 건강하다'며 두 다리를 연신 움직이는 모습에 '힘도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건강하다는 말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참 감사하게 들렸다. 또 그간 아이의 성장을 위해 애쓴 아내, 그리고 나에게 전하는 칭찬 같았다.
우린 그동안 궁금했던, 인터넷을 뒤져도 불분명했던 내용들도 물었다. 새벽에 자주 깨는 이유, 이유식 거부 의심 반응 등을 경청하던 의사는 결론적으로 정상적인 반응이며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검진 결과통보서 소견란에 적힌 한 줄에 마음이 놓였다.
'연령에 맞는 성장과 발달하고 있으며 검진상 특이소견 없이 건강한 아이입니다.'
건강검진 결과처럼 아이는 무탈히 잘 자라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만 해도 뒤집기를 해놓고는 본인이 버거워 낑낑거렸는데, 며칠 전부터는 되집기를 마스터하면서 거실 매트 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한 눈 팔면 어느새 순간이동을 할 정도로 움직여 노심초사지만, 저 작은 몸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특하면서도 놀랍다.
3kg으로 세상에 나온 아들은 어느새 9kg이 됐다. 나에겐 힘든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훌쩍 커버린 그리고 건강히 자라준 아이에게 고맙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간절히 바랐던 기억이 난다. 그 소망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또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