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여전히 손으로 쓰는가

AI가 대신 써주는 시대

by 크리슈나


“이 글, 직접 쓰신 거예요?”


도서관 강의실, AI 글쓰기 특강 도중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 물음은 농담이 아니었고,

내 대답은 너무도 당연했기 때문이다.


“네, 손으로 썼어요.”

하지만 그 당연함이

이젠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AI는 이제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창작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에세이, 시, 심지어 소설 초안까지

AI가 척척 써 내려간다.


학생도, 작가 지망생도, 공무원도

이제 AI의 팔을 빌려

자기 이야기를 써낸다.


창작은 ‘기술로 위임되는 것’이 되었고,

저작은 ‘데이터의 재구성’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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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왜

여전히 손으로, 천천히, 고통스럽게 쓰는가?


왜 문장을 버벅거리며,

다시 읽고, 다시 쓰며,

삶을 반추하는가?


아마도 그건,

내가 ‘살아낸 감각’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써야만,

그 문장이 내 말이 되고

누군가의 마음에 도달해

살아 있는 공명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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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창작’과 ‘생산’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의 경험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훈련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문장이 SNS를 타고 퍼지고,

에세이집으로 묶인다.


AI가 써준 글을 읽으며

울었다는 이들도 있다.

문장의 감동이 진짜였는지,

감동한 사람이 순수한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누가 썼는가’보다

‘어떻게 소비되었는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흐름 속에서 저작권은 혼란에 빠졌다.

법은 여전히 “사람”만을 저작자로 인정하지만

현장의 절반 가까이는 AI와 인간의 협업으로 탄생하고 있다.



교묘하게 편집된 결과물은

“AI가 쓴 게 아닙니다”라는 책임 회피와 함께 팔리고

플랫폼은 콘텐츠의 진위를 따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

글을 쓴다.


오롯이 나의 감각으로,

나의 시간과 불안을 통과한 문장으로.


들뢰즈는 말했다.

“창작은 사유의 주름을 펼치는 행위이며,

개체란 흐름 위에 생긴 한 점의 리듬일 뿐이다.”


그 리듬은, 살아 있는 몸에서만 태어난다.


기억의 모서리에서 문장이 튀어나오고

몸의 통증으로 비유가 발명되며

삶이 구겨진 자리마다

표현이 발화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의식을 몸의 감각적 확장으로 보았다.


내가 발바닥으로 흙을 밟고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유는

글쓰기가 존재를 증명하는 촉각이기 때문이다.


AI는 단어를 조합할 수는 있어도

‘촉감의 윤리’를 통과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만진 사물만 쓴다.

내가 겪은 고통으로만 비유한다.

살아 있는 시간만 문장으로 쓴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정체성’을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수천만 단어를 삼키고도

단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문장을 뱉어낸다.


그러나 그 문장은

누구의 삶을 통과한 적이 있을까?


고통도, 기다림도, 부끄러움도 거치지 않은 문장은

결코 ‘사람의 문장’이 될 수 없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창작이 가진 몸의 감각,

즉 느리고 서툴러도

‘직접 사유한 존재의 궤적’에 대한 존중이다.


세상은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

표절도, 편집도, 혼종도 자연스러운 시대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그 문장이 정말로 ‘사람이 산 문장’이었는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반복한

조각이었는지를.


나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질문하고 있었다.


진짜 쓴다는 건 뭘까?

나의 문장은 나만의 것일까?

저작권은 존재의 흔적인가,

아니면 소유의 욕망인가?


AI는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 점점 더

‘비인간적인 속도’에 길들여지는 것이 두렵다.


느리고, 오래 머무르며, 직접 적는 글쓰기가

어쩌면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사유의 저항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내 감각으로, 내 문장으로.


그 쓰는 행위가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사유의 존엄'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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