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전쟁: 마이크론은 어떻게 삼성을 제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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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24년 3월, 엔비디아 본사
2024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희망하는 세 기업의 샘플이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었다. SK하이닉스, 삼성 전자, 그리고 마이크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이 세 거인의 운명이 엔비디아의 손에 달려 있었다.
결과는 극명했다.
SK하이닉스: 통과
마이크론: 통과
삼성전자: 보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선택. 이 한 번의 판정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이크론은 어떻게 HBM 시장 점유율 10%의 3위 업체에서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왜 19개월 동안이나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지 못했을까?
그 답은 HBM이라는 기술 그 자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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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이란 무엇인가: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
HBM. 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
이름 그대로, HBM의 핵심은 대역폭(Bandwidth)이다. 대역폭이란 단위 시간당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의미한다.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일반 DRAM이 4차선 도로라면 HBM은 16차선 초고속 도로다.
HBM의 구조적 차이
일반 DRAM은 메모리 칩을 평면으로 나란히 배치한다. 반면 HBM은 여러 개의 DRAM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다. 마치 아파트처럼 말이다. 이렇게 쌓인 각 층은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관통전극)라는 미세한 구멍으로 연결된다.
8층(8단), 12층(12단), 16층(16단)... 층이 높아질수록 용량은 커지고 성능은 높아진다. 하지만 당연히 제조 난이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왜 AI에 HBM이 필수인가?
ChatGPT, Midjourney, Sora 같은 생성형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엔비디아 H100 GPU 한 대가 학습하는 데이터는 초당 테라바이트(TB) 단위다.
일반 DRAM의 대역폭은 약 25.6GB/s다. 반면 HBM3E의 대역폭은 1.2TB/s다. 무려 47배 빠르다. AI가 생각하는 속도를 따라가려면, 메모리도 그만큼 빨라야 한다.
HBM의 진화: 세대를 거듭할수록 빨라지다
- HBM (2013): 대역폭 128GB/s, SK하이닉스 최초 개발
- HBM2 (2016): 256GB/s, 엔비디아 P100 GPU에 탑재
- HBM2 E'. (2018): 460GB/s, 엔비디아 A100 GPU 시대
- HBM3 (2022): 819GB/s, SK하이닉스 독점 체제
- HBM3 E (2024): 1.2TB/s, 마이크론의 반격 시작
- HBM4 (2026 예정): 2TB/s, 차세대 전쟁
2024년, 시장의 주류는 HBM3E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 전환점에서 마이크론이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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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HBM3 E 경쟁: 세 거인의 명암
SK하이닉스: 압도적 1위, 그러나...
SK하이닉스는 HBM의 개척자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HBM2, HBM2 E, HBM3를 거치며 시장을 지배해 왔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한다.
2024년 3월, SK하이닉스는 HBM3 E 12단 제품으로 엔비디아 B200 GPU의 독점 공급사가 됐다. 엔비디아 GTC 2025에서 공개된 차세대 GPU 라인업의 핵심 파트너다.
하지만 독점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마이크론 때문이다.
마이크론: 다크호스의 등장
2024년 2월 26일, 마이크론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HBM3 E 양산 돌입. 삼성전자보다 먼저."
더 놀라운 것은 6월이었다. 마이크론의 HBM3 E 8단 제품이 엔비디아 H200 GPU에 탑재되기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의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마이크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 2024년 12월: HBM3 E 12단 제품, 엔비디아 B200 & GB200 GPU 공급 시작
- 2025년 1월: HBM3 E 16단 양산 준비 착수 (SK하이닉스와 동시)
- 2025년 3월: 엔비디아 GB300 GPU 공급 확정
현재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약 10%다. 하지만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공언했다. "범용 DRAM 점유율인 2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삼성전자: 19개월의 고통
2023년 4월, 삼성전자는 HBM3 E 개발 완료를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은 자신만만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DRAM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 HBM3 E 공급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퀄리피케이션(품질 인증) 테스트는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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