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비전이 만든 기적
적자 57억 달러에서 시총 23조 원까지: 산제이 메흐로트라의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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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최악의 순간
"마이크론의 시대는 끝났다."
2023년 가을, 월스트리트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진단은 냉정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회계연도 2023년(2022년 9월~2023년 8월) 기준 57억 4,500만 달러(약 7조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침체 속에서 DRAM과 NAND 가격은 폭락했고, 재고는 쌓여갔다.
주가는 2024년 8월 한때 61.54달러까지 떨어졌다. 2021년 메모리 호황기 때 90달러를 넘나들던 것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한국의 두 거대 기업 사이에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3위에 머물러 있는 마이크론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정확히 1년 후, 2025년 11월.
마이크론의 주가는 240달러를 기록했다. 1년 만에 4배 상승한 것이다. 시가총액은 2,800억 달러(약 392조 원)에 달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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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스크 창업자, 마이크론의 문을 두드리다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이 이름을 듣고 반도체 업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샌디스크(SanDisk)다. 1988년 공동 창업한 이 회사에서 메흐로트라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상용화를 이끈 전설적인 엔지니어였다. USB 드라이브, SD 카드, 스마트폰 저장장치.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 기술들의 시작점에 그가 있었다.
그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었다. 70여 건의 기술 특허를 보유한 진짜 엔지니어였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샌디스크 CEO로 재직하며 회사를 웨스턴디지털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있었다.
2017년 5월, 마이크론은 메흐로트라를 새로운 CEO로 영입했다. 당시는 DRAM 호황기였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회는 알고 있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따라잡으려면,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을.
메흐로트라의 첫 메시지는 명확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는 단순한 용량 경쟁이 아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속도, 효율, 그리고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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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 준비한 반격: HBM에 올인하다
2017년, 메모리 시장은 여전히 범용 DRAM과 NAND가 지배하고 있었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었지만,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단계였다. HBM은 여러 개의 DRAM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하지만 제조 난도가 높고 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워 많은 기업들이 망설이고 있었다.
메흐로트라는 달랐다. 그는 AI의 시대가 올 것을 예견했다. 그리고 AI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큰 용량이 아니라, 극한의 속도와 낮은 전력 소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감한 결정이 내려졌다.
마이크론은 HBM3 개발을 건너뛰고, 차세대 제품인 HBM3E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경쟁사들이 HBM2E와 HBM3 양산에 몰두하고 있을 때, 메흐로트라는 한 세대 앞선 기술에 베팅한 것이다. 리스크가 컸다. 실패하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고, 마이크론은 영영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마이크론의 R&D 팀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HBM3 E 개발에 매진했다. 시장은 마이크론이 메모리 침체로 적자에 허덕이는 것만 봤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반격의 칼날은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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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반전의 시작
2024년 2월 26일.
마이크론은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HBM3 E 양산 돌입. 올해 2분기부터 시장 출하 시작."
업계는 술렁였다. 삼성전자보다 빨랐다. 심지어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보다도 공식 발표 기준으로는 앞선 타이밍이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마이크론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메흐로트라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의 HBM3E는 경쟁사 제품보다 전력 효율이 30% 우수합니다. 마이크론의 최신 1 베타(1β) DRAM 공정과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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