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이전에, 먼저 고쳐야 할 세 가지
개인 투자자는 왜 구조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가
---
당신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고 클릭하는 순간, 누군가는 이미 당신보다 0.001초 먼저 움직였다. 당신이 보는 호가창의 숫자는 이미 과거의 것이다. 당신의 주문이 실제로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당신은 알 수 없다.
이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다. 시스템의 설계 문제다.
코스피 5000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지금의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에게 공정한 게임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1. HFT의 정보 비대칭성: 0.001초의 지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신이 "삼성전자 100주 매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주문은 시장에 도달하기 전에 초고속매매(HFT) 알고리즘에게 먼저 포착된다.
HFT는 무엇을 하는가:
대량 매수 주문이 들어온다는 신호를 감지한다
0.001초 만에 먼저 그 주식을 매수한다
가격이 올라간다
당신은 더 비싼 가격에 사게 된다
HFT는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간다
이것을 "Front-running"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불법이었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되었다.
구체적 예시
당신이 보는 가격: 75,000원
당신이 클릭한다
HFT가 0.001초 먼저 매수한다
당신이 실제로 사는 가격: 75,100원
주식 100주라면? 10,000원의 차이다.
하루에 10번 거래한다면? 100,000원의 차이다.
한 달이면? 2,000,000원 이상의 차이다.
당신의 손실은 기업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100미터 뒤에서 시작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의 공학적 필연이었다."
정책 제안
"HFT 거래세 신설: 초고속매매에 대해 기술적 우위로 얻는 무위(無爲)의 이익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한다."
최소 주문 유지 시간 의무화: 주문을 낸 후 최소 100밀리 초(0.1초)는 취소할 수 없도록 하여, 허수 주문을 통한 시세 조작을 방지한다.
HFT 전용 시장 분리: 초고속매매와 일반 투자자의 거래를 분리하여, 개인이 기관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한다.
2. 증권사 앱의 호가창 지연: "실시간"이라는 거짓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신이 증권사 앱에서 보는 호가창은 "실시간"이 아니다.
실제 시세보다 0.5초에서 2초 정도 느리다.
왜 지연이 발생하는가:
증권사 앱 → 증권사 서버 → 한국거래소
이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기술적이든 '지연'이 발생한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전용선(Co-location)을 통해 거래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구체적 비교
실험해 보자:
증권사 앱에서 호가창을 본다
동시에 한국거래소 공식 앱(KRX)에서 본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본다
결과: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호가를 보여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지금 사야지!"라고 판단하는 순간, 그 가격은 이미 과거의 것이다.
기관은 이미 그 가격에 사고팔았고, 당신은 변동된 가격에 사고팔게 된다.
정책 제안
시세 지연 공시 의무화: 모든 증권사는 자사 앱의 평균 시세 지연 시간을 공개해야 한다. (예: "본 앱의 호가창은 실제 시세보다 평균 1.2초 지연됩니다")
동일 정보 접근권 보장: 개인투자자도 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실시간 시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의 공식 API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연 허용 한도 설정: 증권사 앱의 시세 지연이 0.5초를 초과할 경우, 명확한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3. 주문 라우팅의 블랙박스: 당신의 주문은 어디로 가는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신이 "매수" 버튼을 누르면, 그 주문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처리되는지 아는가?
대부분의 개인은 모른다. 증권사도 알려주지 않는다.
주문 라우팅(Order Routing)은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상적인 시나리오:
당신의 주문 → 최선의 가격으로 즉시 체결
현실:
당신의 주문 → 증권사 내부 시스템 →??? → 체결
이 '???'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PFOF의 한국적 변형
미국에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라는 제도가 있다.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을 특정 거래소나 마켓메이커에게 "판다"
대신 그 거래소는 증권사에게 수수료를 지불한다
결과: 고객은 최선의 가격이 아니라, 증권사가 돈을 받는 곳에서 거래한다
한국에는 PFOF가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없다. 하지만 유사한 메커니즘은 존재한다.
증권사의 숨겨진 수익 구조:
스프레드 수익: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에서 증권사가 차익을 가져간다
슬리피지(Slippage): 주문이 처리되는 동안 가격이 변동되어 발생하는 손실, 이것이 누구의 주머니로 가는가?
내부 주문 매칭: 증권사 내부에서 고객 간 주문을 매칭시킬 때, 최선의 가격을 보장하는가?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 예시
당신이 삼성전자를 75,000원에 사려고 주문을 낸다.
시장에는 74,950원에 팔려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당신의 주문은 75,000원에 체결된다
50원의 차이는 어디로 갔는가?
증권사는 "시장 가격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책 제안
주문 실행 보고서 의무화: 모든 주문에 대해 (1) 주문 시각 (2) 체결 시각 (3) 주문 경로 (4) 당시 최선 호가를 명시한 보고서를 제공한다.
최선 집행 의무(Best Execution Duty) 법제화: 증권사는 고객의 주문을 처리할 때, 자사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명문화한다.
주문 라우팅 알고리즘 공개: 증권사가 주문을 어떤 기준으로 어디로 보내는지, 그 알고리즘의 기본 원칙을 공개하도록 한다.
투명성 없는 시장에서, 코스피 5000은 누구의 축제인가
세 가지 구조적 불공정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개인투자자를 무력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성한다.
시너지 효과
HFT가 당신보다 먼저 움직이고
당신은 지연된 정보를 보고 판단하며
당신의 주문은 불투명한 경로로 처리된다
결과: 당신은 기업분석을 아무리 잘해도, 게임 자체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코스피 5000의 역설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제시한다.
좋은 일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이다.
하지만 묻자:
코스피가 5000이 되면, 개인투자자의 수익률도 함께 오르는가?
아니면 더 큰 시장, 더 많은 거래량은 단지 HFT와 기관에게 더 큰 사냥터를 제공하는 것인가?
투명성 없는 시장에서 지수의 상승은, 개인의 손실과 함께 올 수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
이것은 주식투자를 멈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장을 공정하게 만들자는 이야기다.
금융당국에게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 HFT, 증권사 AI, 주문 처리 알고리즘에 대한 정기적인 윤리 감사 시행
.
개인투자자 보호 기준 강화: 기관과 개인 간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구체적 조치
평가 기준의 전환: 정책의 성공을 '지수 상승'이 아니라 '개인투자자 손실률 감소'로 평가
증권사에게
진정한 실시간 시세 제공: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속도로
주문 처리 과정의 투명성 확보: 고객이 자신의 주문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권리
고객 최우선 원칙의 실천: 수익성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라: 당신의 손실이 당신의 무능 때문이 아닐 수 있다
투명성을 요구하라: 증권사 앱만 보지 말고, 한국거래소 공식 정보를 확인하라
연대하라: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결론: 개인의 비움과 시스템의 바꿈
개인의 비움(短期): 불공정한 게임에서 무리한 싸움을 멈추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지혜다.
시스템의 바꿈(長期):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위해서도 필수다.
코스피 5000은 숫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속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 가다.
지금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코스피 5000은 더 크고 화려한 '덫'이 될 것이다.
지금, 바꾸자.
[별첨]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
한국거래소(KRX) 공식 앱을 설치하고 증권사 앱과 비교해 보라
증권사에 "주문 실행 보고서"를 요청해 보라 (대부분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fss.or.kr)에서 직접 기업 정보를 확인하라
이 글을 공유하고,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모으라
시스템은 우리가 침묵할 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