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 8화: 용린의 탄생

"조용히 준비한 것은 시끄럽게 터진다"

by 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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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0일,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


전 세계 언론이 몰려든 거대한 홀. 5천 명의 관중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오늘은 중국이 예고한 '반도체 자주혁신 성과 발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무대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등장하자 회장이 술렁였다. 평상시 이런 기술 발표회에는 나오지 않는 그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동지들, 그리고 전 세계 친구들."

시진핑이 엄숙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오늘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서구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가 손에 작은 검은색 칩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이것이 세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였다.

"이것이 바로 14억 중국인의 지혜가 만들어낸 '용린-1호'입니다."

홀 전체에 거대한 스크린이 켜졌다. 용린 칩의 내부 구조가 3D로 표시되었다.

"7 나노 공정으로 제작했지만 3 나노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중국 기술로만 만들어졌습니다!"

홀 안이 일순간 바다처럼 출렁였고, 경외의 소리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같은 시각, 수원 삼성전자 본사


데이비드는 새로 꾸민 사무실에서 중국 발표회를 라이브로 시청하고 있었다. 문패에는 "부사장 데이비드 김 - 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옆에는 MIT 동기 김민수 상무가 함께 앉아 있었다.

"데이비드, 이거 정말 가능한 일이야?"

"안타깝게도... 가능해."

데이비드의 표정이 어두웠다. 샤오메이가 만든 기술이 이렇게 공개되는 것을 보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7 나노로 3 나노 성능이라니..."

"AI 설계의 힘이야. 14억 사용자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구조를 만들어낸 거지."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이재용 회장이 들어왔다.

"데이비드, 상황이 어떻게 보여?"

"심각합니다, 회장님. 중국이 정말로 게임 체인저를 만들어냈어요."

이재용이 화면 속 용린 칩을 바라봤다.

"우리도 대응할 방법이 있을까?"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해요."


베이징 발표회장, 10분 후


바이두 CEO 리언홍이 무대에 올라 기술적 세부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용린-1호의 핵심은 14억 중국인의 실시간 데이터 학습입니다."

거대한 스크린에 실시간 데이터가 흘러갔다.

*위챗: 매일 450억 건의 메시지 분석

*알리페이: 매일 15억 건의 거래 패턴 학습

*틱톡: 매분 200만 개 영상의 사용자 반응 연구

*디디추싱: 매일 2억 건의 이동경로 최적화

"이 모든 데이터가 우리 AI에게 인간의 행동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그 AI가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칩을 설계한 것입니다!"

회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뉴욕, 월스트리트


중국 발표 직후, 뉴욕 증권거래소의 거대한 홀이 순간 침묵에 잠겼다. 3초간의 정적. 그리고 터져 나온 것은 비명이었다. 트레이더들의 얼굴이 일제히 핏기 없이 굳어갔다. 마이클 존슨은 쏟아지는 전화 대신 화면을 응시했다. TSMC와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의 주가 그래프가 붉은색 파도를 그리며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그는 트레이더들의 모니터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매도 주문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바다가 아니야. 파도가 뒤집혔어.”

그 순간, 전광판이 멈췄다.

서킷브레이커. 바다는 스스로 호흡을 끊고 있었다.

곧이어, 골드만삭스의 반도체 수석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존슨이 긴급 브리핑콜을 열었다.

"여러분, 게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순식간에 3천 명의 고객이 전화 회선에 접속했다.

"중국이 EUV 없이 3 나노급 성능을 달성했다면, 기존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가 무너질 수 있어요!"

한 고객이 다급하게 물었다.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중국 발표를 그대로 믿어도?"

"아직 독립적 검증이 필요하지만..." 존슨이 잠시 멈췄다. "만약 사실이라면 TSMC와 ASML의 독점 지위가 끝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고객이 절망적으로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하나요?"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어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들입니다."


대만 신주, TSMC 본사


웨이 CEO가 긴급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다. 모든 임원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중국 발표에 대한 우리 기술진의 분석 결과는?"

CTO가 무겁게 대답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14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설계라면 충분히 가능해요."

"우리도 AI 설계를 하고 있지 않나?"

"하지만 데이터 규모가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실시간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고작 수십만 명의 테스트 데이터뿐이고요."

웨이가 머리를 감쌌다.

"주가는 어떻게 됐나?"

"개장 후 25% 급락했습니다. 거래량도 평소의 10배예요."

"고객사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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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철학, 법학을 전공| 화가 | 작가 | AI·반도체·기업분석, 사유의 결로 꿰어진 이야기들, 다양한 분야의 통찰을 삶의 층위를 담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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