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욕망을 이겨야 하는 이유

돈 19

by 박범진 작가

몇 해 전에 갔다 왔던 인도가 생각난다.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caste) 제도가 존재한다. 카스트 제도는 원래 출생 신분이 아니라 신에 관한 직무를 구분한 것이다. 그러나 카스트 제도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슬픔이 그대로 남아 있다. 1300년대 아리아인이 인도에 침입하면서 아리아인을 브라만, 크샤트리아 그리고 바이샤로 구분하였고, 피지배자는 수드라와 불가촉천민으로 구분하였다. 특히 불가촉천민은 아리아인의 침입에 항거하였거나 카스트 제도를 반대했던 사람들로 수드라보다 더 낮은 계급에 있다.


브라만은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을 하며, 크샤트리아는 귀족과 무사로 정치와 군사를 담당한다. 바이샤는 농민과 상인으로 노동 계층이다. 수드라는 일반적으로 천민으로 불린다. 불가촉천민은 오염된 사람들로 가장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21세기에 아직도 계급이 있냐고 하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불가촉천민도 좋은 직업을 갖고 싶고 부자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들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할까? 그 이유는 종교로 인한 카르마(Karma)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의 신분을 정해준 힌두교를 믿고 있다. 그래서 자기의 신분을 벗어나려면 종교를 버려야 한다. 힌두교는 아리아인이 인도에 침입할 때 브라만 계급을 중심으로 만든 브라만교에 영향을 받았다. 브라만교는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고 신에 관한 직무를 계급으로 부여하여 계급대로 살도록 정신적 지배를 한 것이다.


인도에는 불교도 전파되었지만,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받지 못해 자신의 무지를 판단할 힘이 없었다. 브라만 계급은 불가촉천민이 평생 바닥에서만 살기를 바랐다. 그리고 불가촉천민이 그들에게 대항하려고 하면 일부 불가촉천민을 돈으로 매수하여 편 가르기를 한 다음 불가촉천민 자체에 내분이 일어나도록 하였다. 불가촉천민이 교육받았다면 돈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나 더 큰 숲을 보았을 텐데 그들에게는 당장 입에 풀칠할 돈이 더 중요하였다. 불가촉천민은 돈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싸워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웠다. 이러한 악순환은 카스트 제도에서 그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굴레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1953년 6.25 전쟁이 끝나고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인생을 바쳤다. 그 덕분에 아무것도 없는 대한민국이 불과 60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다. 결국 교육이 우리를 무지에서 벗어나 잘 살게 해 주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는 너도나도 가난했기에 서로가 도와가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였고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러한 공동체 의식은 지금 돈이라는 욕망 앞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얼마 전 은행에는 50년 만기상환 대출상품이 판매되었다. 그전에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특례 보금자리론이 판매되었다. 이러한 상품은 나이를 제한하는 경제적 차별이라는 논쟁도 일었다. 이러한 대출은 모두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파트를 구매하는 목적은 크게 실거주와 투기 중 하나일 것이다. 필요한 사람은 당연히 아파트를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이 아파트를 사는 적기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대출받은 사람들은 대출 만기 전에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므로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건설사 브리지론과 PF 대출의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은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데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 시장에서는 서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올리지 못한다는 의견과 건설사와 정치인 간에 경제적 유대관계로 올리지 못한다는 의견이 돌고 있다. 젊은 세대의 빚이 건설사의 부채를 막고 정치인의 배만 불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누군가의 아들딸들을 몇십 년간 빚의 노예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만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일본의 아파트 가격은 삼십 년간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집을 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때가 지금인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 아파트 구매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하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정작 이런 논쟁의 당사자는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데 누군가는 이런 논쟁으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 수준이 높다. 이러한 교육 수준이 욕망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통찰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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