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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y 05. 2024

막내가 따로 오는 이유

인생 8

증권회사에 다닐 때 고객 중 세 자매가 있었다. 세 자매는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성인이 된 세 자매는 같은 도시에 살지만 사는 동네는 달랐다. 첫째와 둘째 자매는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래도 잘사는 동네에 살았다. 그러나 막내 자매는 흔한 말로 외곽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았다. 


첫째와 둘째 자매는 항상 붙어 다녔고 영업점에 방문할 때도 항상 같이 왔다. 그러나 막내 자매는 항상 같은 동네 아줌마들과 왔다. 물론 세 자매는 서로 친했다. 첫째와 둘째 자매의 남편은 도청에 다니는 고위직 공무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화하는 주제도 같고 사는 형편도 비슷하니 만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막내 자매의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사는 동네를 미루어 짐작하면 형편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늘 세 자매를 응대하면서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곤 했었다. 세 자매는 서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싸운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막내는 항상 따로 영업점에 방문하였다. 


우리가 가진 것과 사회적 지위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지배한다. 남의 시선에 움츠러든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그 부류에 적응하며 산다. 세상은 세 자매를 돈의 무게로 삶의 방식과 환경을 갈라놓은 것 같다.


그들은 명절이면 서로 반갑게 만날 것이다. 부모님에게는 모두 귀한 딸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지나면 그들은 다시 각자가 선택한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막내가 따로 오는 것이 안타까웠다부모님에게는 막내가 가장 예쁘지 않았을까내가 딸 바보라 그런가그러나 부모님의 사랑으로도 세상의 냉정한 태도를 어쩌지는 못하는 것 같다부모님의 마음이 아프지 않게 막내 자매가 잘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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