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막내의 교복이 짧아졌다.
처음 샀을 때는
소매를 한 번 접어 입었는데,
이제는 접을 곳이 없다.
아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어제 산 운동화가
오늘은 작아진다.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크는 동안
나는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아니,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무거운 가방을 대신 들어줬다.
지금은 "괜찮아"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
막내는 아직 내 손을 잡는다.
둘째는 가끔 팔짱을 낀다.
큰딸은 걸음이 빠르다.
나는 그 뒤를 조금 늦게 걷는다.
아이들의 키가 자랄수록
필요한 것도 함께 늘어난다.
학원, 옷, 친구들, 꿈.
나는 계산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냥 자라는 거롤 두고 싶다.
아이들은
아빠가 조금 작아지고 있다는 걸 모른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해결'대신 '버틴다'는 말을 쓴다.
거울을 보면
머리카락이 더 희어져 있고,
눈가가 조금 더 깊어져 있다.
시간은
아이들에게는 성장이고
나에게는 책임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웃는다.
그 웃음은 아직
나를 향해 있다.
나는 그 웃음을
가능한 오래 붙잡고 싶다.
딸은 자라고,
나는 조금씩 줄어들지만,
아직은
같은 집에 살고 있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