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딸은 자라고 나는 조금씩 줄어든다.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조용한 가장

막내의 교복이 짧아졌다.

처음 샀을 때는

소매를 한 번 접어 입었는데,

이제는 접을 곳이 없다.


아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어제 산 운동화가

오늘은 작아진다.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크는 동안

나는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아니,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무거운 가방을 대신 들어줬다.

지금은 "괜찮아"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

막내는 아직 내 손을 잡는다.

둘째는 가끔 팔짱을 낀다.

큰딸은 걸음이 빠르다.

나는 그 뒤를 조금 늦게 걷는다.


아이들의 키가 자랄수록

필요한 것도 함께 늘어난다.

학원, 옷, 친구들, 꿈.

나는 계산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냥 자라는 거롤 두고 싶다.


아이들은

아빠가 조금 작아지고 있다는 걸 모른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해결'대신 '버틴다'는 말을 쓴다.

거울을 보면

머리카락이 더 희어져 있고,

눈가가 조금 더 깊어져 있다.

시간은

아이들에게는 성장이고

나에게는 책임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웃는다.

그 웃음은 아직

나를 향해 있다.

나는 그 웃음을

가능한 오래 붙잡고 싶다.

딸은 자라고,

나는 조금씩 줄어들지만,

아직은

같은 집에 살고 있다.

그것이면

오늘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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