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장은 왜 쉬지 못하는가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조용한 가장

일요일 아침이었다.

첫째는 언제나처럼 늦잠을 자고,

둘째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보고,

막내는 친구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은 느리게 흘렀다.


나만 조금 빨랐다.

괜히 세탁기를 돌리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후 물기를 닦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쉬는 날인데

나는 쉬지 못한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

이번 주 안에 끝내야 할 일,

답이 오진 않은 메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계약서.

딸들은 말한다.

"아빠, 좀 쉬어"

나는 웃는다.

"괜찮아, "


괜찮다는 말은

늘 조금 거짓말이다.


가장은 이상하다.

멈추면 불안해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아빠가 쉬면

집이 같이 멈출 것만 같다.

누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나는 혼자 그렇게 믿는다.


점심 무렵,

막내가 내 앞에 와 앉았다.

"아빠는 왜 항상 바빠?"

나는 잠시 생각했다.

바쁜 게 아니라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일이 조금 있어서 그래."

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집 안은 평온하다.

햇빛이 거실을 채우고,

아이들은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흔들리지 않게

혼자 먼저 움직인다.


가장은

집의 벽 같은 사람이라서,

보이지 않아도

서 있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쉬지 못한 채

딸 셋 아빠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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