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일요일 아침이었다.
첫째는 언제나처럼 늦잠을 자고,
둘째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보고,
막내는 친구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은 느리게 흘렀다.
나만 조금 빨랐다.
괜히 세탁기를 돌리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후 물기를 닦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쉬는 날인데
나는 쉬지 못한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먼저 움직인다.
이번 주 안에 끝내야 할 일,
답이 오진 않은 메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계약서.
딸들은 말한다.
"아빠, 좀 쉬어"
나는 웃는다.
"괜찮아, "
괜찮다는 말은
늘 조금 거짓말이다.
가장은 이상하다.
멈추면 불안해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아빠가 쉬면
집이 같이 멈출 것만 같다.
누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나는 혼자 그렇게 믿는다.
점심 무렵,
막내가 내 앞에 와 앉았다.
"아빠는 왜 항상 바빠?"
나는 잠시 생각했다.
바쁜 게 아니라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일이 조금 있어서 그래."
딸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집 안은 평온하다.
햇빛이 거실을 채우고,
아이들은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흔들리지 않게
혼자 먼저 움직인다.
가장은
집의 벽 같은 사람이라서,
보이지 않아도
서 있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쉬지 못한 채
딸 셋 아빠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