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저녁을 먹고 나서였다.
큰 딸이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들과 여름에 바다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리고 습관처럼 물었다.
"예산은 어느 정도야?"
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아주 조금 식었다.
"아빠는 왜 항상 돈 얘기만 해?"
큰딸은 짜증을 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답답하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돈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다.
즐거움보다
현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은
여행을 생각하고,
나는 비용을 생각한다.
그 차이가
언젠가부터 벌어졌다.
"그냥 물어본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히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했다.
큰딸은 아무 말 없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 침묵이
괜히 오래 남았다.
아빠는 언제부터
꿈보다 예산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예전에는
"가자"부터 말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얼마?"가 먼저다.
딸들은 자란다.
자라는 만큼
세상도 넓어진다.
나는 그 넓어진 세상을
숫자로 재고 있다.
그게 미안해서
더 말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의 말은
대개 계산 뒤에 나온다.
그날 밤,
휴대폰 계산기를 켰다가
이내 화면을 껐다.
딸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이들의 여행을 막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그 길이 너무 가파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