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아빠는 왜 항상 돈 얘기만 해?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조용한 가장

저녁을 먹고 나서였다.

큰 딸이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들과 여름에 바다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리고 습관처럼 물었다.

"예산은 어느 정도야?"

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아주 조금 식었다.


"아빠는 왜 항상 돈 얘기만 해?"

큰딸은 짜증을 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답답하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돈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다.


즐거움보다

현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은

여행을 생각하고,

나는 비용을 생각한다.

그 차이가

언젠가부터 벌어졌다.


"그냥 물어본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히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했다.

큰딸은 아무 말 없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 침묵이

괜히 오래 남았다.


아빠는 언제부터

꿈보다 예산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예전에는

"가자"부터 말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얼마?"가 먼저다.


딸들은 자란다.

자라는 만큼

세상도 넓어진다.

나는 그 넓어진 세상을

숫자로 재고 있다.

그게 미안해서

더 말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의 말은

대개 계산 뒤에 나온다.


그날 밤,

휴대폰 계산기를 켰다가

이내 화면을 껐다.

딸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이들의 여행을 막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그 길이 너무 가파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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