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큰딸 앞에서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딸 셋 아빠로 산다는 것

by HIPE

큰딸의 사춘기는

중학교에 들어서며 시작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끝이 났다.


길었다.


그 시간 동안 큰딸은

혼자만의 새계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문은 자주 닫혀 있었고,

대답은 짧았고,

눈은 오래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그 문 앞에서

참 오래 서 있었다.


처음에는 기다렸다.

언젠가 다시 나오겠지,


기다림이 길어지면

사람은 마음이 급해진다.


나는 결국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되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너만 힘든 줄 알아?"


말은 늘 쉽게 나온다.

한 번 나오면

돌아오는 길이 없다.


나는 화를 내기도 했고,

상처가 될 말을 뱉기도 했다.


그 말들은

그 순간엔 '훈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상처'가 됐다.


큰딸은 점점 더 조용해졌고,

나는 더 크게 후회했다.


사춘기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끝난 건

아이의 계절이 아니라

내 마음의 미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큰딸 앞에서 말을 고른다.

괜히 한마디를 더했다가

그때의 문을 다시 세울까 봐.


저녁을 먹고 난 뒤,

큰딸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말했다.

"요즘 늦게 자는 것 같네."

큰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늦게 자면 힘들지 않겠어?

큰딸은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그저

말이 줄었다.

"알겠어."

그 말은 순순했지만

어딘가 닫힌 느낌이었다.


미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말끝에 붙어

나를 조심스럽게 만든다.


아빠의 걱정은

늘 조금 늦고,

아빠의 말은

가끔 너무 무겁다.


큰딸 앞에서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사랑이 줄어서가 아니라

후회가 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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