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연구하다

아이라는 '설계도' 해독하기

by 힐링영어

주말을 지나며 아들과 한차례 언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싸움의 패배자 역시 나였다. 주말 내내 게임인지 무엇인지 모를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아들에게 "그 많다던 숙제는 다 했느냐"라고 물은 것이 화근이었다. 돌아오는 아들의 무심한 대답에 울컥한 나는, 소위 말하는 '꼰대'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너도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참고 해야 하는 거야. 나도 밥하고 빨래하고, 네 학비 내고 라이드 해주는 거 힘들어도 참고 하는 거거든? 내가 이거 하기 싫다고 안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응?!"

나름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이 멘트에, 말 잘하는 아들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응수했다. "엄마가 나 학교 안 보내고 안 먹이면 그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맞는 말이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건 그저 성적이 좀 떨어질 뿐이지만, 부모가 양육의 의무를 저버리는 건 법적 제재의 대상이다. 이토록 논리적이고 당돌한 아이를 상대할 때면 늘 의문이 든다. '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잘해서 나를 매번 할 말 없게 만드는 걸까? 내가 부족한 엄마인 걸까, 아니면 이 아이가 유독 특이한 걸까?'

최근 학교를 옮기며 아이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이 말발 센 아들을 이기지는 못해도 그 내면의 설계도만은 파악해 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예전 한의학을 접하며 곁눈질로 배웠던 사주부터 MBTI, 손금, 그리고 13년의 관찰 기록까지 모든 데이터를 총동원해 보기로 했다.

먼저 사주를 들여다봤다. 태양의 기운을 타고난 병화(丙火) 일주인 아이의 사주에서 특이한 점은 주변이 온통 편인(偏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매력을 뜻하는 홍염살까지 두 개나 자리 잡고 있으니, 도대체 이 아이는 무엇이 되려고 이러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AI와 나의 얕은 지식을 빌려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아이는 타고나길 매우 독립적이고 창의적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며, 자기가 꽂힌 분야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자질을 가졌다. 그러니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토록 창의적인 말대꾸를 따박따박해왔던 것이다. 독립적인 기질을 꺾으려 들면 역효과만 난다는 조언에, 나는 다시 한번 잔소리를 '무 자르듯' 끊어내기로 결심했다.

성향을 나타내는 MBTI는 보지 않아도 ENTP였다. 아는 것이 많고 논쟁을 즐기며, 고집이 세고 공감은 철저히 본인이 내킬 때만 하는 유형. 화술이 뛰어나 설득에 능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육아 난이도는 가히 '20,000%'라 불리는 그 유형이다. 자식이 ENTP면 엄마만 죽어난다는 항간의 말에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젖먹이 때부터 유난히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더니, 그 세월 동안 내가 도를 닦는 지경에 이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손금의 백미는 생명선과 지능선의 시작점이 확연히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흔히 '독립선'이라 부르는 이 선의 키워드는 강한 독립심, 과감한 실행력,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확고한 주관이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니 이제야 갈피가 잡힌다. 한마디로 이 아이는 먹고 자고 씻는 기본 생활과 예의, 시간 약속 외에는 그저 '꾹 참고' 지켜봐 주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간섭하려 들수록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마는 특징을 가진 아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결국 결론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이토록 재미있고(때로는 뒷목을 잡게 하지만) 명석한 아들을 둔 것에 감사하며, 그를 지켜봐 줄 수 있는 내공을 쌓는 것. 나는 이제 아들에게 쏟던 에너지를 명상과 요가, 운동으로 돌려 나 자신을 가꾸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매일 끝이 없는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완성도, 정답도 없다. 아이가 어릴 때는 생존을 위해 투쟁했다면, 사춘기를 맞이한 13살 아들과는 이제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 맺기를 고민한다. 언젠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내 품을 떠날 때, 후회 없는 엄마 노릇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기꺼이 고군분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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