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단 한 번도 "이게 영어로 뭐야?"라고 묻지 않

- 까칠한 내 아이와 5년을 밀당하며 얻어낸 소중한 확신

by 힐링영어

우리 아이는 좀 많이 까칠합니다. 억지로 시키는 건 절대 안 통하죠. 태어난 직후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아이와 함께 살며, 저는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가르치거나 시키려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아들과의 '교육 밀당'에서 지지 않기 위해 저는 '정공법' 대신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5년 동안 단 한마디의 영어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한번 삐뚤어지면 돌이키기 힘든 아이의 기질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저는 그저 묵묵히 '기다림'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남편은 저와 정반대였습니다.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며 "왜 본격적으로 시키지 않느냐", "왜 평소에 영어로 말해주지 않느냐"며 저를 꽤나 다그쳤습니다. 몰아붙여서 시킬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보였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밀어붙였을 때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날 거부감과 상처 말입니다.

남편과의 부부싸움을 불사하며 저는 저만의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모든 교육은 자연스러워야 하며, 아이가 충분히 흡수하면 언젠가는 스스로 흘러넘친다." 아동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영어 교육 현장을 지켜보며 내린 이 결론은 저에게 하나의 '종교'와도 같았습니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이 이론이 증명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풋(Input)에 집중한 5년간, 영어 씨디를 틀어주고 책을 읽어주되 절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이해하는지, 내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아이의 마음속 저수지에 영어라는 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우진이는 수업 시간에 딴청 피우는 것 같은데 물어보면 다 대답해요. 너무 신기해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하원 시간에 저를 붙잡고 흥분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집에서 무엇으로 공부시키냐는 질문에 저는 당황하여 그저 "책 좀 읽어주고 동화 좀 들려준다"고 얼버무렸지만, 속으로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확인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그간 수만 번 들려주었던 <매직스쿨버스> 과학 책을 읽어주다 슬쩍 물었습니다. "이 친구는 왜 버스가 떠났는데 혼자 남아있지?"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얘는 다 재미없다고 해~ 시러해~"

아이는 한국말로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책을 읽어주며 단 한 번도 한국어로 내용을 설명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들려주고 읽어주었을 뿐인데, 아이는 스스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밤, 저는 육퇴 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혼자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 까칠한 녀석이 영어를 '공부'가 아닌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덧 8년이 흘러, 그 아이는 이제 8학년 국제학교 학생이 되어 매일 영어 문법이나 단어공부가 아닌 원서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들의 교육을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처럼 대합니다. 중국어, 한국어, 수학공부 심지어 성교육까지도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저의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싸우는 시간을 줄여주고, 불안해하는 에너지를 아껴줄 '작은 지도'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면, 교육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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