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정확하게 상대방을 호칭하는 것이 우리나라만큼 힘든 곳이 있을까. 직급을 정확하게 알아야지 상대방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승진 공고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게 중요하고, 회사를 나간 사람은 호칭이 틀릴까 봐 아예 호칭을 제외하고 대화하기도 한다. 부장님을 차장님이라고 부르면 큰 실례이다.
직급을 안 부르고 수평적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말 이름만 부르기에는 하대하는 것 같아서 차라리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대신 이 경우 외부에서 한글 이름으로 된 택배가 오면 담당자를 찾을 수가 없다. 아니면 ~님을 붙여서 부르거나.
외국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게 원칙이다. 이건 서양권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가까운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우리랑 똑같은 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부르는 ~상은 우리말로 ~씨와 비슷한 성격이라, 존중의 의미가 있지 직급을 부르지는 않는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상무-전무-대표로 이어지는 한국 직급과 대비해서 외국계 회사의 직급은 어떻게 될까?
CEO (Chief Executive Officer) 밑으로는 일반적으로 VP → Director → Manager → Analyst / Associate 순이다. 여기에 인사 적체가 생기면 층층을 더 쌓는데, 예를 들어 VP와 CEO 사이에 Chairman → President →VP로 직급을 추가하는 것이다. 디즈니의 경우 Chairman은 한 사업부서의 총괄 책임자급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 영화사업 전체 책임자면 Chairman급인 셈이다. Chairman 밑으로는 몇몇의 President가 있다. 디즈니 영화사업에는 픽사,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의 여러 스튜디오가 있는데 스튜디오 헤드가 President급인 셈이다.
큰 기업은 인사적체가 지속되다 보니, VP에도 여러 직급이 붙어서 Executive VP (EVP), Senior VP (SVP), VP 등으로 VP 체계 내에서 승진이 되도록 세분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VP정도 되어야 진짜 한국에서 생각하는 임원급이라고 할 수 있으나, 디즈니는 VP만 해도 상당히 많아서 VP가 미팅에 들어와서 실무 논의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Director 도 마찬가지로 Executive Director, Senior Director, Director, Associate Director (associate이 붙으면 보통 더 낮은 직급임)로 세분화시킬 수 있다. Manager는 한 분야를 처음으로 책임지는 단위이며, 여기도 인사 적체가 있어서 Senior Manager, Manager, Associate Manager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그 밑은 analyst, associate, coordinator 등의 주니어 직급이다.
참고로 ‘Manager, Marketing’과 ‘Marketing manager’는 같은 직급일까? 우리말로는 모두 마케팅 매니저이지만, 이 중 더 높은 직급은 ‘Manager, Marketing’이다. 매니저 뒤에 쉼표가 붙는 직급이 더 높다. 한국 사람들은 이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나, 외국에서는 단번에 파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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