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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요 Sep 12. 2022

외국계 기업이 얘기하지 않는 직급 진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면 높은 연봉, 수평적인 문화, 해외 출장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외국계 기업에서 10년 넘게 일한 나로서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한국에 소재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이 느낄 직급 관련 두 가지 진실이라면...


1. 승진이 힘들다

모든 조직은 피라미드 형식이라 조직이 크면 당연히 직급별 인원도 많고, 조직이 작으면 직급별 인원도 적다. 따라서 VP의 숫자만 놓고 봐도, (미국 본사인 회사에서) 미국에서는 정말 많은데 그게 중국이나 일본처럼 시장규모가 큰 마켓으로 오면 본사보다 좀 더 적어지고, 한국으로 오면 훨씬 더 적어진다. 올라갈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적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위로 갈수록 승진하기가 힘들다는 얘기 ㅜ.ㅜ


2. 맡은 업무 대비해서 직급이 낮다

한글 직급과 영어 직급을 매칭 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부장급은 임원 바로 밑의 직급으로 상당히 연차도 나이도 높은 직급으로 대개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부장급은 영문 직급으로 director 정도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는 1번에 적은 이유로 VP가 워낙 적다 보니 부장급을 manager로 매칭 시키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된 상태로 다른 마켓과의 미팅에 들어가면, manager인 본인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다 Director / VP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또 반대로 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면 한국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낄 정도의 높은 직급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나는 3년여의 직장생활과 2년의 MBA 과정을 마치고 싱가포르 유니레버 (아시아 본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회사 측에서 제안한 직급이 manager였다.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사업부서 내에서 한 브랜드를 책임지는 manager였다. 내가 달라고 해서 받은 것도 아니고, 당연히 manager를 주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manager는 그 당시 회사 내에서 차고 넘치는 직급이어서 별반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사정 상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한국 유니레버에서는 도저히 나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싱가포르 유니레버에서는 manager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직급인 반면, 한국 유니레버에서는 manager가 ‘부장급’이었던 것이다. 싱가포르는 전체 인원이 천명이 넘을 정도로 큰 기업이었던 반면, 한국 유니레버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였고, 또 한글/영어 직급 매칭 이슈도 같이 발생한 셈이다.  MBA 2년과 직장경력 3년뿐인 나를 직장경력 15년의 부장급으로 앉힐 수는 없었던 터. 결국 나는 한국 유니레버로 돌아올 수 없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워낙 시장규모가 크다 보니 회사 규모도 크고, 그렇기에 직급별 인원도 많다. 싱가포르이나 홍콩은 아시아 본사가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회사 규모가 커서 직급별 인원이 많은 경우도 있고, 그 규모가 크지 않아도 아시아 본사 직원이란 미명 아래 직급이 높은 경우도 있다. 전형적인 한국 디스카운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한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회사 내에서도 이런 이슈를 잘 파악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사업이 잘 되고 규모가 커져야 위로 올라갈 기회가 많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


Image by Ale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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