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며 즐기는 취미, Do It Yourself, 自作
직업을 취미로, 다시 생각해보기
취미가 직업이 되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합니다. 좋아하던 일을 하며 수익까지 얻는 삶. 이른바 ‘덕업일치’라 불리는 이상적인 상태지요. 덕질과 업(業)이 일치한다는 말에서 나온 이 표현은, 한때 ‘오타쿠’로 불리던 마니아적 몰입이 한 단계 성숙해진 형태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하비프러너(hobby-preneur)’라 부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루고 나면 즐거움에서 시작된 일이 어느 순간 의무로 바뀌고, 그러다 보면 그 일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취미는 사라진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날에 하는 것을 말한다.
- 줄리어스 어빙(전 NBA 프로농구선수)
천문학은 천문학자가 아닐 때 훨씬 더 재미있지.
- 브라이언 메이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체물리학자)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첫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영국의 시인, 극작가)
그렇다면 반대로, 직업을 취미로 삼을 수는 없을까요?
익숙함과 고단함만 남은 직업에 ‘취미’라는 가벼운 태도를 덧입힌다면, 전에 없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나치게 단순한 계산일 수도 있습니다.
일터에서 성취와 만족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 축에 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이 좋아서,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천직이라 믿어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제품을 만들며 세상과 소통하는 그 순간들이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생업이 된 디자인은 어느새 ‘의뢰’와 ‘납기’의 언어 속에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원하는 디자인은 아니었습니다.
의사결정자, 바이어, 소비자, 클라이언트...
그들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끝나지 않는 작업.
저만을 위한 디자인, 제 마음대로 해보는 디자인은 도대체 언제 가능할까요?
그래서,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오로지 저를 위한 디자인. 직업이라는 디자이너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가 좋아서, 제가 원해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어떤 즐거움이 깃들 수 있을지, 또 어떤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물론, 예전에도 틈틈이 취미 삼아 무언가를 만들었던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초반의 열정은 쉽게 식었고, 결국 흐지부지되곤 했죠.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 합니다.
작고 소박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저만의 속도로.
취미로서의 직업, 그 가능성을 다시 탐색해보는 여정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