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2D로 구체화시켜 봅니다.
퍼터는 골프 클럽 중에서도 가장 스윙 스피드가 느린 장비입니다.
사실 ‘스윙 스피드’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의 퍼팅은 툭- 하고 볼을 건드리는 정도의 미세한 동작입니다. 흔히 진자운동에 비유되기도 하죠.
만약 퍼팅을 강한 스피드로 친다면, 그건 이미 홀컵과 꽤 떨어진 거리라는 뜻이고, 그 정도면 퍼터가 아니라 어프로치 클럽을 드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퍼터에, ‘날개’를 단다고 하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말하는 날개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진짜로, 항공기 날개 끝에 달린 ‘윙렛(Winglet)’처럼 생긴 구조물을 붙여보겠다는 이야기니까요.
물론 항공기에서 윙렛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존재합니다.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유도 항력을 줄이고, 공기 흐름을 안정화시켜 연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죠. 평균 시속 800~1000km로 날아가는 비행기의 세계에서, 아주 작지만 중요한 효과를 내는 장치입니다.
그렇다면 퍼터에는 어떤가요?
퍼터 헤드가 1초 동안 움직이는 거리라고 해봐야, 많아야 수십 센티미터.
항공기처럼 초속 200미터를 넘나드는 세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솔직히 말해서, 퍼터에 날개를 단다고 해서 물리적인 퍼포먼스 향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굳이, 퍼터에 날개를 달고 싶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제 취향이니까요.
요즘은 5축 CNC 가공기술이 워낙 정밀하고 발전해서, 거의 제약 없이 어떤 형상이든 가공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양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판매가 목적이 아닌 개인 작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복잡하고 실험적인 형태, 제가 꿈꾸는 디자인을 마음껏 구현해 볼 수 있다는 것.
이건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골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유이자 재미입니다.
물론 이런 시도에 실용성을 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퍼터 한 자루에 수백만 원, 심지어 수천만 원이 넘는 모델들도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취미와 취향의 세계에서는 효율보다 감성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이른바 ‘감성마력 상승’을 위한 퍼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케치는 익숙한 비례감과 구조에서 시작합니다.
퍼터 헤드의 기본적인 구성과 밸런스를 익히는 단계죠.
그리고 서서히 ‘날개’를 붙여봅니다.
퍼터 헤드에 부착된 날개 구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면으로부터 살짝 뜬 구조물이 시각적인 기준점이 되어, 퍼팅 어드레스 시 조준에 도움을 줄 수도 있죠.
다만 공식 규정에는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프로 대회에서는 사용하지 못할 확률이 높지만, 이 퍼터는 애초에 “AMATEUR ONLY”.
'TOUR ONLY'와는 정반대 개념입니다.
사실 이런 실험적인 퍼터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이고, 규정을 어기니까.
하지만 우리는 아마추어입니다. 그 무엇보다 즐거움이 우선이죠.
펜으로 종이에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복잡한 형태는 2D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확한 입체감을 파악하기 위해 3D 모델링 툴을 활용합니다.
저는 산업용에 많이 쓰이는 NURBS 기반 모델링 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폴리곤 방식보다는 정밀한 곡면 제어에 유리하죠.
다행히 요즘은 대부분의 3D 툴들이 1개월 무료 체험판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 스터디용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이번 퍼터 프로젝트는 저만의 취향과 감성을 형상화하는 시도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디자인 실험입니다.
모양만으로 퍼팅이 더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손에 쥐었을 때의 감성, 스윙할 때의 재미는 분명히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3D 모델링을 바탕으로 어떤 형태들이 나오는지, 그리고 실제로 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자인은 결국,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