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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15. 2024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04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2장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네 번째.


두려움(Fear)과 용기(Courage): 생존 본능과 자기 극복의 대결


외계인은 박영철의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서로 얽혀 있는 두 가지 강렬한 감정 찾아 보기로 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어둠과 빛이 싸우는 듯한 형상을 보여주는 서로 얽힌 두 감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는 어둠 속의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두려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용기였다.


“수호천사, 이 두 가지 감정의 본질이 뭐야? 이 감정들이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줘.”


"주인님, 두려움과 용기, 이 두가지 감정 역시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들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암흑과 그 속의 별빛처럼 서로를 정의하고 균형을 이루며 존재해 왔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마다 이 두가지 감정들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어느쪽이 더많은 선택을 받는가 등이 가장 큰 변수가 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두려움은 그들이 마주하는 작던 크던 모든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합니다. 그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하는 것은 손해를 보게 될까하는 이익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지않은 순간 선과 악에 대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범죄를 목격하고도 보복이 두려워 외면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은 경우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두려움과 용기의 갈등에서 어느쪽을 한 개인이 택하는가에 따라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인류의 역사 또는 한 시대의 문화가 바뀌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가 항상 진짜 용기가 아닌때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결과가 모두 긍정적이었다고만 분석할 수는 없습니다. 용기의 탈을 쓴 만용이나 의도적 용기가 역사나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럼 이렇게 중요한 감정이며 둘사이에 관계성이 중요하다면 이것들과 연관된 사상이나 학문적 연구도 엄청났을 것 같은데, 그 분야에서는 이 감정들은 어떻게 다뤄졌어?” 


수호천사의 이 질문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설명을 시작했다. "서양 철학에서 두려움과 용기에 대한 논의는 고대부터 있어왔습니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용기를 네 가지 주요 덕목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용기를 두려움과 자신감 사이의 중용으로 정의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개념'에서 두려움을 실존적 차원에서 탐구했습니다. 그는 두려움을 자유의 가능성 앞에서 느끼는 현기증으로 보았죠. 사르트르는 이를 발전시켜 두려움과 용기를 자유와 책임의 문제와 연결 지었습니다.”


수호천사는 외계인만이 볼 수 있는 영상들을 함께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 갔다. 영상들은 마치 컨텍트렌즈 속으로 혼합현실 글래스가 축소되어 들어가 있는 것 같이 외계인의 눈에만 보이고 있었다.


"동양 철학에서도 두려움과 용기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공자는 '용(勇)'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지만, 이는 단순한 무모함이 아닌 의로움에 기반한 용기를 의미했죠. 노자는 '도덕경'에서 '용기 있는 자는 감히 행동하지만, 용기 있는 자 중의 용기 있는 자는 감히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때로는 행동하지 않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노자의 말이 인상적이군. 용기 있는 자 중의 용기 있는 자는 감히 행동하지 않는다. 이 경우가 네가 말한 만용이 되거나 잘못된 용기가 될 것을 알고 그곳으로 가지 않고 참는 경우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겠구나."

외계인이 묻고 수호천사가 답하기가 이어졌고, 둘 사이의 또 다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정치, 사회 그리고 학문적인 연구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것이 되어 왔으니 이와 관련된 문학적인 결과물들도 많을 것 같은데... 문학에서는 이 감정들이 어떻게 표현됐어?”


"세계 문학은 두려움과 용기의 주제로 가득합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헥토르의 용기는 인간의 두 가지 극단을 보여줍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야망과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용기의 갈등을 그립니다. 현대 문학에서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자연과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인간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청준의 '소문의 벽'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두려움과 그에 맞서는 용기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이 외에도 수많은 지구의 문학작품들이 두려움과 그 두려움과 갈등하는 용기에 대한 주제나 내용으로 쓰여졌습니다.”


"또 다른 분야들은 어때? 아까 인덱스에 업로드된 심리학에서 무엇이라 하는지 궁금하군."


"네, 신경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였던 프로이트는 두려움을 억압된 무의식의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에서 억압된 욕망과 갈등이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며, 그것이 불안으로 표출된다고 보았죠. 이런 불안은 명확한 원인이 없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경험됩니다. 융은 이를 더 확장하여, 두려움을 개인 무의식을 넘어 집단 무의식 속에 내재된 원형적 경험으로 설명했습니다. 융에 따르면, 인간은 역사와 문화를 초월해 공통된 두려움을 공유하며, 이 두려움은 특정 상징과 신화로 표현되곤 합니다. 현대 심리학자 프리츠 리만은 두려움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며, 인간이 겪는 네 가지 근본적인 두려움을 제시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유에 대한 두려움, 고립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의미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각각의 두려움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을 반영하며,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삶의 방향을 결정하죠. 한편, 용기는 이러한 두려움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개인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입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멈추고, 설명을 사회적 관점으로 이어간다.

"두려움과 용기는 개인의 내면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맥락에서도 두려움은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집단적 용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두려움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비판적으로 체제에 순응하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아렌트는 진정한 용기가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넘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죠. 이는 사회적 변화의 핵심입니다.

또한, 사회운동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나타납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시민권 운동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억압은 흑인 공동체에게 깊은 두려움을 심어주었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평등과 정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의 용기는 역사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들의 용기는 단순한 개인적 결단을 넘어서, 집단적 두려움을 직면하고, 함께 극복하는 사회적 연대의 상징이었습니다.

따라서, 두려움은 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용기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이루는 원동력입니다."


한참을 지식을 자랑하는 어린아이처럼 혼자 떠들던 수호천사가 잠시 숨고르기라도 하듯 멈추었다가, 조금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두려움과 용기가 숙주에게 무엇이었을까가 궁금하시죠? 저의 분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료영상과 함께 보시죠."


다시한번 영상이 외계인만 볼 수 있도록 재생되었다. 영상속 박영철은 그닥 용기있게 보이지는 않았다.


"박영철의 삶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두려움과 용기의 갈등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경제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조와 가부장적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용기는 이러한 사회적 압박에 맞서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사회적 허우적 거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이제 묻지 않아도 알아서 다음 대답까지 한다.


"인간은 어떻게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해 드리겠습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두려움과 용기가 결국 우리의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의 마음챙김과 같은 명상 기법들은 이러한 고대의 지혜를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두려움을 인식하고, 그것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른 감정들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호천사는 자신의 능력을 뽐내듯 연이어 답했다. 하지만, 이 행동이 혹시나 외계인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텐션을 낮추고 갑자기 점잖은 척 잠시 숨을 고르고 설명을 이어간다. 


"주인님, 두려움과 용기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왔습니다. 이 두 감정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외계인은 갑자기 말투가 바뀐 시스템 수호천사가 이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외계인은 인간의 감정, 특히 두려움과 용기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해를 얻게 된 것 같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감정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법에 대한 해답은 완벽했으나 이 해답에 대한 실현 가능성, 현실성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인간을 알아온 것처럼… 


이런 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이런 현상, 마치 자신이 오랫동안 인간을 알아온듯한 느낌은 숙주와의 동기화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였다. 동기화 오류라 해도 완벽한 믿음의 단계로 가지 않은 생각이었기에 크게 위험도는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외계인은 이현상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수호천사에게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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