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외계인은 수호천사의 안내에 따라 박영철의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서로 얽혀 있는 또 다른 두 가지 강렬한 감정을 발견했다. 하나는 찬란한 빛처럼 빛나는 즐거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깊은 어둠처럼 느껴지는 고통이었다.
외계인이 물었다. "이 두 가지 감정의 본질이 뭐야? 그리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해 줘."
오직 외계인에게만 들리는 수호천사의 목소리가 선명한 케틀벨 연주곡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경쾌한 리듬처럼 들려왔다. "주인님, 락(樂)과 고(苦)는 인간 경험의 양극단을 나타내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빛과 어둠처럼 서로를 정의하고 보완하며 존재해 왔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계인은 갑자기 높아진 수호천사의 텐션에 핀잔을 주며 장난을 좀 칠까 망성이다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괜히 놀렸다가 대답을 한동안 듣지 못할까 봐 그냥 담백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인류 사상사에서 이 감정들은 어떻게 다뤄졌어?”
이를 눈치챈 수호천사의 목소리는 더욱 텐션을 높이는 듯했다. "서양 철학에서 즐거움과 고통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즐거움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지만, 이는 단순한 육체적 쾌락이 아닌 정신적 평온을 의미했죠. 반면 스토아학파는 고통을 포함한 모든 감정에 대한 초연함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동양 철학에서는 불교의 '사성제'가 고통의 본질과 그 극복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룹니다. 고통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죠. 도교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진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외계인은 이전 감정들을 공부할 때와 비슷한 패턴으로 물었다. "문학에서는 이 감정들이 어떻게 표현됐어?”
수호천사는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세계 문학은 즐거움과 고통의 주제로 가득합니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을 통과하며 인간 경험의 전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쾌락과 지식의 추구, 그리고 그에 따르는 고뇌를 다룹니다. 동양에서는 '홍루몽'이 인생의 환희와 비애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현대 문학에서도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부조리한 세계에서의 고통과 그 속에서 찾는 의미를 탐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현대인의 고독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죠.”
외계인은 이런 하이텐션이 맞장구치듯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물었다. "심리학에서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봐?”
수호천사는 재미있다는 듯 하이텐션을 유지한 채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인간 심리의 근본 동력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빅터 프랭클은 로고세러피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죠. 현대 긍정심리학은 행복과 웰빙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단순한 쾌락을 넘어선 '의미 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져?" 외계인이 가속페달을 밟듯이 더 빠르게 물었다.
수호천사는 역시 빠르게 대답했다.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며, 사회 정책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 체제에서의 극단적 고통의 경험을 통해 인간성과 윤리에 대해 깊이 고찰했죠.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스터린의 역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영철의 삶에서는 이 두 감정이 어떻게 나타났어?" 외계인이 묻고 수호천사가 답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박영철의 삶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즐거움과 고통의 역동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사업 성공 시기의 즐거움은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인정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었고, 실패 후 겪은 고통은 더욱 깊고 지속적이었죠. 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반영합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외계인이 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개념을 통해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불교의 '중도' 사상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죠. 현대에 와서는 마음 챙김과 같은 명상 기법이 즐거움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수호천사의 대답이 이어졌다. "주인님, 락(樂)과 고(苦)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니체의 말처럼 '깊은 고통은 정신을 고상하게 만든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즐거움은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줍니다. 이 두 감정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외계인은 조금 더 인간의 감정, 특히 즐거움과 고통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해를 얻게 되었다. 이제 그는 박영철의 삶과 인간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인류 문명의 복잡성과 깊이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즐거움과 고통이라는 두 감정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왔는지, 그리고 개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를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음은 이 감정들에 대한 인간들의 진정한 균형이 불가능해 보여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