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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14. 2024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02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2장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


노(怒, 분노, Anger)와 평온(Serenity): 정의와 조화의 갈등


인간 감정의 출발점이라는 기쁨과 슬픔에 대한 숙주의 기억을 더 깊게 보려 하다, 외계인은 박영철의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서로 대립하면서도 얽혀 있는 두 가지 강렬한 감정을 발견했다. 하나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분노였고, 다른 하나는 잔잔한 호수와 같은 평온이었다.


"수호천사," 외계인이 물었다. "이 두 가지 감정의 본질과 그것이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겠어?"


주변이 너무 조용한 탓에 짧은 공백마저도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동네여서 그런지 유독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그것은 마치 불빛 없는 암흑같이 느껴지는 적막 같았다. 그것을 부수는 오직 유일한 소리, 그것마저도 오직 외계인에게만 들리는 수호천사의 목소리가 우주의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들려왔다.


"주인님, 분노와 평온은 인간 정신의 두 극단을 나타내는 감정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의 팽창과 수축처럼 서로를 정의하고 균형을 이루며 존재해 왔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이 두 감정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외계인은 깊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두 감정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왔다? 오호… 흥미로운걸. 인문학 특히 사상의 역사에서 이 감정들은 어떻게 다뤄졌는지 분석해 줘?”


수호천사의 분석과 설명들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지혜를 전하는 듯했다.

"서양 철학에서 분노에 대한 관점은 다양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적절한 대상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분노하는 것'을 덕목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스토아학파의 세네카는 '분노는 짧은 광기'라고 말하며 분노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는 공자는 '군자는 화내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이는 분노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절하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불교에서는 분노를 번뇌의 하나로 보고, 이를 극복하고 평온에 이르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습니다.”


외계인이 물었다. “지구의 문학에서는 이 감정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나?”


수호천사는 외계인의 지식에 대한 동기화 및 학습 속도가 당연한 듯 놀라지도 않고 대답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분노와 그 결과를 자주 다룹니다. '오셀로'에서 질투로 인한 분노가 비극을 낳는 모습이나, '리어 왕'에서 분노가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볼 수 있죠. 반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평온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며, 내면의 평화가 어떻게 얻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양 문학에서도 노자의 '도덕경'은 평온과 무위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화'라는 글자를 분석해 보면, '마음'의 '불'이라는 의미로, 분노가 어떻게 내면을 태우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외계인은 자신의 학습능력을 뽐 내기라도 하고 싶은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보나?”


수호천사는 이번에도 오랜 시간 연구한 문제를 풀어내듯 명쾌하게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분노를 리비도의 표현 중 하나로 보았습니다. 그는 억압된 감정이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죠. 현대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분노를 인지의 왜곡으로 보고, 이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한편, 마음 챙김 명상은 평온을 얻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 외계인이 물었다.


수호천사는 대답했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현대 사회의 분노와 불안을 분석했습니다. 그는 사회 구조가 개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죠. 한편,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의 비폭력 저항 운동은 분노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그는 '분노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도덕적 감정도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분노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영철의 삶에서는 이 두 감정이 어떻게 나타났나?" 외계인이 물었다.


수호천사는 잠시 침묵했다가 답했다. "박영철의 삶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중년 남성이 겪는 분노와 평온의 갈등을 잘 보여줍니다. 그의 경제적 실패에 대한 분노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결됩니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경쟁 구조는 많은 이들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었죠. 반면, 그가 찾지 못한 평온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압박과 개인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이 두 감정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외계인이 다시 물었다.


수호천사는 모든 지식 얻은 현자가 지혜를 전하듯 답했다. "고대 그리스의 델피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근원을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불교의 명상 기법이나 현대의 마음 챙김은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의 개념, 즉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중간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주인님, 분노와 평온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왔습니다. 분노는 부정의에 맞서는 힘이 되기도 하고, 평온은 내적 성찰과 화합을 가능케 합니다. 이 두 감정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외계인은 이 설명을 통해 인간의 감정, 특히 분노와 평온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이해를 얻게 되었다. 이제 그는 박영철의 삶과 인간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인류 문명의 복잡성과 깊이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분노와 평온이라는 두 감정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 왔는지, 그리고 개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들이 과연 수호천사의 말처럼 분노와 평온 사이 어디인가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우지 못한 채 다음 감정들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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