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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14. 2024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01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2

생존을 위한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 : 감정이란 것들에 대한 이야기.   


밤이 지나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외계인은 숙주의 몸에서 허기짐이란 생리적 현상이 발생하였음을 발견하고 어제 발견한 즉석식품으로 허기짐이라는 인간숙주 박영철의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로 했다. 즉석식품이라고 표현된 그것은 육개장 사발면이라는 상표가 붙어있는 컵라면이었다. 박영철의 기억에서 컵라면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컵라면을 먹었던 기억을 찾아보니 거의 매일 매끼니의 대부분을 똑같은 컵라면 만을 먹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김치라는 것을 함께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의 기억에서부터는 다른 음식 없이 컵라면 하나만을 먹고 있었다. 원인을 찾아보니 냉장고의 고장으로 보관 중이던 김치에 곰팡이가 피어 먹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뒤로는 김치를 구매하는 돈이 아까워 그냥 컵라면만 먹었던 것으로 박영철의 기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억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동기화된 숙주 박영철의 무의식 속 자아가 만들어 내는 슬픔과 서러움 등의 감정이 담긴 깊은 탄식과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외계인은 박영철의 무의식 속 자아가 자기 자신을 너무 가엽고 불쌍하게 느끼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채로 인간의 존엄성을 대부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경멸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만들어 내고 있을 느낄 수 있었다. 


외계인은 박영철의 이런 반응들을 지켜보며 인간의 복잡함에 다시금 몰입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이전에 관찰했던 주거와 의식주의 변화와는 달리, 이번엔 더 추상적인 영역으로 들어서야 했다. 외계인은 인간들의 감정이란 것이 인간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그들의 모든 행동과 관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자 자신의 존엄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인 것으로 보였다. 이제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았다.


외계인이 조용히 작업 지시를 위해 입을 열었다. “수호천사, 인간들의 감정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곳에서 무엇을 하든지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 일 것 같아."


수호천사가 이미 외계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님, 인간에게 감정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그들의 삶을 이끌고, 결정하게 하며, 인간 사회의 규범과 질서조차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지구의 인문학을 기반으로 인간들의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일 것 같습니다. 이에 필요한 기초 지식은 지금 바로 동기화하였으니 동기화된 인덱스를 활용해 다음 설명들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구의 인문학에 대한 기초지식들을 인덱스화하여 자신의 데이터와 동기화한 뒤, 수호천사가 말을 이어 갔다.

“지구의 철학자들도 감정을 인간 경험의 본질적인 요소로 여겨왔습니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이 분리되지 않고, 인간 사고에 깊이 관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인간의 덕성을 결정짓는다고 했습니다."


외계인은 이 설명을 듣고 각각의 감정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인간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어떻게 나타나며,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대표적인 감정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희(喜, 기쁨, Joy)와 애(哀, 슬픔, Sadness):  인간 감정들의 두 가지 출발점


수호천사는 외계인을 향해 우주의 깊은 지혜를 전하는 듯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동양 철학에서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 네 가지를 정의합니다.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은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는 중요한 틀입니다. 그중에서도 기쁨과 슬픔은 인간이 가장 먼저 경험하는 중요한 감정 중 하나로, 이 감정들은 모든 감정 체계의 출발점 중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서양 철학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기쁨과 슬픔을 덕과 삶의 성찰을 이끄는 중요한 감정으로 여겼으며, 기쁨은 행복과 덕성과 연결되고, 슬픔은 인간의 성찰과 성장을 촉진하는 감정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기쁨과 슬픔은 동서양 철학에서 모두 인간 감정의 중요한 근본 요소로 다루어집니다. 이러한 인문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모든 감정들의 두 가지 출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심지어 말을 배우기 전의 갓난아기들도 기쁨과 슬픔이라는 두 감정을 통해 다른 지구인들과 소통합니다. 아기들은 기쁨을 미소 나 웃음으로, 슬픔을 울음 또는 칭얼거림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것을 부모에게 전달합니다. 이 감정들은 지구인 아기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지구의 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기본 감정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며, 언어가 발달하기 전에 감정을 소통하는 주요 수단입니다.


언어가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점차 기쁨과 슬픔을 바탕으로 더 복잡한 감정들로 진화합니다. 18개월이 지나면, 아이들은 단순한 기쁨과 슬픔에서 더 복잡한 감정들, 예를 들어 자부심이나 질투 같은 자기 인식 기반의 감정들을 경험하기 시작하죠. 이런 감정들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쁨과 슬픔은 모든 감정의 출발점이자, 다른 감정들이 진화해 가는 기반입니다.”


외계인은 흥미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기쁨이란 감정이 정확히 뭐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


주변의 고요함과 어울리려는 듯, 외계인에게만 들리는 수호천사의 목소리가 은하계의 비밀을 풀어내듯 차분하게 흘러나왔다. "주인님, 기쁨은 인간이 성취를 이루거나 소중한 경험을 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에 대한 지구인들의 해석은 지구의 동서양 철학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먼저, 서양 철학에서 기쁨은 여러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의미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이후 설명되는 것들은 모두 지구의 것들만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지구라는 표현을 줄이거나 빼도록 하겠습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멈추었다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기쁨에 대한 해석을 설명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쁨을 인간의 '행복'과 연결된 감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기쁨을 '에우다이모니아', 즉 인간이 덕을 쌓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깊은 행복의 한 부분으로 정의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대, 같은 지역의 다른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기쁨을 단순한 쾌락 이상의 것으로 보고, 지적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기쁨이 고통을 피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데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계인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기쁨은 단순한 쾌락을 넘어선 감정이군. 다른 시대, 다른 지역의 해석도 있어?"

“물론입니다." 수호천사는 이어서 설명했다. "근대 철학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철학자들이 공리주의를 발전시키며 기쁨을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쾌락보다는 지적이고 도덕적인 기쁨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았죠. 그리고 현대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기쁨이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선택을 통해 자유를 실현할 때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견해입니다.”


외계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인간의 기쁨이 단순한 순간의 즐거움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거군. 음… 아마도… 사회 및 경제구조, 과학과 지식의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혁신 등에 따라 시선이 변했겠지…’ 

“아까 서양과 동양의 사상들이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지? 그럼, 동양에서는 어떻게 설명하지?”


외계인의 질문에 수호천사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이어졌다. "동양 철학에서도 기쁨은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불교는 인간이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날 때 참된 기쁨을 얻는다고 가르칩니다.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는 과정에서 기쁨이 생기는 것이죠. 도교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기쁨을 얻는다고 설명합니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 인간에게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철학입니다.”


외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양철학에서는 기쁨이란 단순히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면의 평온과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거군."


"그렇습니다, 주인님," 수호천사는 덧붙였다. “또 다른 동양의 인문학 또는 철학으로 볼 수 있는 유교는 인간관계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을 중시합니다.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덕을 실천하며 얻는 기쁨이 사회적 안정을 가져온다고 보았죠.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쁨은 인간이 내면의 평화를 찾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덕을 실천하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외계인은 그 설명을 곱씹으며 말했다. "결국, 기쁨은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감정이구나. 인간은 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거군.”


"맞습니다, 주인님. 기쁨은 인간의 성장을 이끌고,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힘입니다.”


수호천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외계인의 반응을 살폈다. 외계인은 박영철의 기억에서 찾아낸,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기쁨의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 외계인이 물었다. "박영철이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느낀 따뜻함도 기쁨의 한 형태인 거야?”


"정확합니다," 수호천사가 답했다. "동양 철학, 특히 유교에서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조화로움을 중요한 기쁨의 원천으로 봅니다. 불교에서는 욕망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을 때 진정한 기쁨을 경험한다고 가르치죠."


외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쁨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다니 흥미롭군. 그런데 왜 박영철은 말년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 거지?"


수호천사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것은 아마도 기쁨의 여러 요소들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과의 단절, 자아실현의 좌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현대 신경과학에서는 기쁨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이런 화학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가족들과의 강제적 분리와 사회와의 단절이 가장 중요한 유대감 형성을 불가능하게 해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호천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인간은 기쁨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기쁨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나눌 때 더욱 커집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취를 보고 기쁨을 느끼거나, 친구가 서로의 성공을 축하할 때, 그들은 더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됩니다. 기쁨은 그 자체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인간 공동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듭니다."


외계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슬픔은 뭐야? 박영철의 기억 속에서 본 그 무거운 감정, 그게 정말 인간에게 필요한 건가?"


주변의 고요 속에서 수호천사의 차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동양 철학에서도 슬픔은 중요한 주제로 다뤄집니다. 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불교에서는 슬픔이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잃었을 때 슬픔을 느끼지만, 불교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집착을 내려놓고 초월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참된 해방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수호천사는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통찰력으로 계속해서 설명했다. "도교에서는 슬픔도 자연의 일부로 봅니다. 도교는 슬픔을 거부하는 대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인간의 삶에서 슬픔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며, 이를 수용함으로써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현대 심리치료에서는 인지행동치료나 마음 챙김 명상 등을 통해 슬픔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일부 문화에서는 공동체적 애도 의식을 통해 슬픔을 나누고 치유하기도 하죠.”


수호천사는 박영철의 기억을 엄청난 속도로 탐색한 후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주인님, 박영철은 한때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했지만,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와 여러 악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는 사업의 실패로 인해 자존감을 잃고, 더 이상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중년 남성들이 겪는 슬픔처럼, 그도 자신의 실패로 인해 스스로를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된 존재로 느끼며, 더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되었죠. 그의 실패가 본인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있어서 더더욱 기뻐하는 법을 잊은 게 아닌가 추론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수호천사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지구인들에게는 슬픔 역시 인간 감정의 중요한 출발점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더 강해지고 성숙해집니다. 슬픔을 경험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더 깊은 성찰과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이를 이해하고 적절히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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