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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TK Sep 10. 2024

존엄성을 유지한 생존에 대한 고찰 02

문화의 발달과 의식주의 변화, 이것들이 생존과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

제2막. 

외계인,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다.


제2막 1 

존엄성을 유지한 생존에 대한 고찰 02

1절문화의 발달과 의식주의 변화, 이것들이 생존과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


외계인은 박영철의 집으로 들어서며 주변 환경을 세밀히 관찰했다. 반지하 계단을 내려가 지하계단문을 여는 순간,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 듯했다. 좁은 현관문을 열자 미미했던 곰팡이 냄새가 강렬하게 코를 찔렀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냄새의 근원지인듯해 보이는 천장 구석구석에 핀 검은곰팡이가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다. 벽지는 습기를 머금어 군데군데 불거져 있었고, 일부는 찢어져 벽지안쪽 지저분한 얼룩들과 시커먼 곰팡이들이 보이고 있었다. 바닥에는 오래된 장판이 깔려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쩍쩍 붙었다 덜어지는 기분나쁘게 끈적거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쇄창살로 봉인된 하늘도 보이지 않는 열리지 않는 30인치 티비보다도 작은 창문 쪽으로 다가가자 환기의 어려움이 더욱 분명해졌다. 작은 창문은 지상과 거의 맞닿아 있어,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창틀 주변으로는 결로 현상으로 인한 물자국이 선명했다. 한구석에 놓인 작은 제습제 몇개가 있었지만, 이미 물로 가득차 있었고, 그 하찮은 존재들로는 방 안의 습도를 제대로 잡기에는 터무니 없는 듯했다. 옷장을 열어보니 옷들에서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안쪽에 걸린 옷에서는 얼마나 세탁을 제대로 안했는지 역겨운 냄새가 난다. 마치 고인물 노숙자들이 풍기는 냄새 같기도 했다.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전형적인 하수구 악취가 코를 찔렀다. 싱크대 수도꼭지 연결부위에서는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녹슨 자국이 보였다.


낡은 노트북을 찾아 전원을 켰다. 화면이 밝아지자 웹브라우저를 열고 ChatGPT, Perplexity, Claude 등 가장 이용률이 높은 최신 인공지능 챗봇들에 접속했다. 동네의 풍경, 그리고 방안에 펼쳐져 있는 처참한 꼴들과는 다르게 인터넷 접속은 빠르고 쾌적하기까지 했다. 외계인에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놀라운 건 이런 동네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인터넷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가인터넷이 광케이블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이다. 


밀려드는 논리적 혼란을 잠시 뒤로하기로 하고, 외계인은 시스템 수호천사에게 노트북에 남아 있는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것을 지시했다.


"수호천사" 외계인이 말했다. "이런 환경이 지구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봐.”


수호천사는 잠시 데이터를 처리한 후 대답했다. "주인님, 이런 환경은 거주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 있습니다. 높은 습도와 곰팡이는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부족한 채광은 우울증의 위험을 높입니다. 또한, 불량한 배수 시설은 각종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외계인이 다시 물었다. "이런 환경에서 건강하지 못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건가?" 


외계인의 질문을 듣고, 시스템 수호천사는 잠시 침묵했다. 외계에서 온 수호천사에게는 즉답의 내어놓기 어려운 문제 였다. 보이지 않지만 시스템 속에 무언가 복잡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준비하는 듯,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대답을 시작했다.


"주인님, 이러한 열악한 환경이 인간의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각합니다. 방금 목격하신 이 공간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닙니다. 이곳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무너지고 있는 참혹한 현장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곰팡이 냄새와 습기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채광이 부족한 이 어두운 공간은 우울증을 악화시키죠.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전체적인 삶의 질을 뿌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외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깊게 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 환경이 사람의 자존감을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곳에서 산다는 건 결국 자신을 낮게 평가하게 만듭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금전적 문제와 건강 문제 등으로 외출을 꺼리게 되고, 사람을 초대하기도 힘들 테니까요."


"나아가, 이런 환경은 그 사람의 미래 기회마저 앗아갈 수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아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되어 교육이나 취업 기회를 놓칠 수도 있죠. 그리고 숙주의 기억에서 가장 참기 어려웠던 순간을 찾아보니,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회적 차별과 낙인의 대상으로 만드는 겁니다. 사회활동, 경제활동 등 모든 기회를 잔인하게 막는 현실입니다."


외계인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시스템 수호천사의 말을 곱씹으며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천사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주인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이처럼 외부 환경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강한 내적 의지와 주변의 지원만 있다면, 인간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존엄성을 지키며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외계인은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이 복잡한 지구 사회를 이해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구전체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자신과 하나가된 숙주의 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숙주의 고단했던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졌다. 해답을 찾기 위해, 외계인은 한국 사회의 문화와 의식주 변화,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생존과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느꼈다.


"수호천사" 외계인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봤던 것과 네가 보고한 내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이 간극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사회의 문화와 의식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직결되는 이 부분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생존과 존엄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 봐.”


수호천사는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인공지능 챗봇과 다양한 온라인 자료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수호천사는 조사 결과를 보고할 준비를 마쳤다.


"주인님, 한국 사회의 문화와 의식주 변화, 그리고 그것이 생존과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외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호천사의 보고를 경청했다.


"먼저,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2021년 7월 UNCTAD에 의해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성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1인당 GDP가 1953년 67달러에서 2021년 34,757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외계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호천사는 계속해서 보고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소비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은 2015년 대비 2020년 40% 이상 성장했습니다. 동시에 물가도 상승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가 연평균 1.6% 상승했습니다."


"문화 수준의 향상도 눈에 띕니다. 문화예술 관람률이 2003년 62.4%에서 2019년 81.8%로 증가했고, 정부의 문화예산도 2010년 1.5조 원에서 2021년 6.8조 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외계인이 관심을 보이자 수호천사는 더욱 열의를 갖고 설명을 이어갔다.


"의식주의 질적 향상도 두드러집니다. 주거 면에서, 1인당 주거면적이 1980년 10.1㎡에서 2019년 33.2㎡로 증가했습니다. 식생활에서는 건강식품 시장이 2015년 대비 2020년 50% 이상 성장했고, 의복 지출도 가구당 월평균 15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주인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습니다." 수호천사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11년 0.311에서 2021년 0.331로 증가했고, 소득 5 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5.73에서 6.24로 늘어났습니다."


외계인은 수호천사의 보고를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호천사, 네가 제시한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의 눈부신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어. 하지만 동시에 이 발전의 그림자도 보이는군. 특히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차별 사례를 더 조사해 봤나?"


수호천사가 대답했다. "네, 주인님. 최근 뉴스에서 충격적인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배달원과 택배기사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 또는 계단만 이용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는 직업과 경제적 지위에 따른 노골적인 차별이었죠."


외계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라면 여기서는 이미 빈부격차가 단순한 경제적 차이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야. 마치 인종차별처럼 말이야."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런 차별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을거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구분이 단순히 소득의 차이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거지."

외계인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은 저소득층에게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겠지. 그들은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거야. 엘리베이터 하나 제대로 탈 수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모욕감을 주겠어?"


그는 화를 참는 듯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이런 박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쌓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돼.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잃게 되는 거야. 그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돼."


외계인의 목소리가 더욱 진지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간으로서 최소한 지켜져야 할 존엄성마저 위협받게 된다는 거야. 우리가 본 박영철의 주거 환경과 기억들이 그 증거지.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단순히 물질적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야. 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거야."


수호천사는 외계인의 분석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주인님,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외계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순간 외계인은 마치 자기 자신이 이문제를 너무나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 몰입했나라며 단순하게 넘기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만 있을 뿐 현실에서 해결책이 없을 것 같은 절망감과 오답을 확신하고 자기 꼬리를 물고 뱅뱅 도는 고리뱀나방 애벌레처럼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만 간다. 한참만에 외계인이 입을 열었다.


“과연 이게 우리가 접근할 문제 일까? 이상이 아닌 현실적 해답이 있을까?” 


그러자, 수호천사가 오히려 더욱 인간처럼 대답한다. “저의 분석에 따르면 지구인들은 지난 수천 년 이상 수없이 실패하면서도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결국은 이상의 현실화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상의 목표를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외계인이 피식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어쭈 요놈이 이제 날 가지고 놀고 가르치네. ㅎㅎㅎ”


“오해십니다. 저의 분석보다 주인님의 고견이 언제나 명쾌한 해답이었기에 여쭤본 것입니다. 제가 드린 분석도 이미 알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ㅎㅎㅎ” 라며 수호천사가 능글맞게 대답한다.  


“어쭈, 지구 공부 몇 시간 만에 지구식 정치질을 배우셨네요. 슈퍼울트라시스템 수호천사님! ㅎㅎ 수호천사 넌 물리적 육체가 없는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안 그랬으면 넌… 알지?” 이렇게 농담을 하면서 외계인은 왠지 오랜 숙제를 끝낸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수호천사, 지구의 모든 곳들이 같은 의식주 문화를 가진 건가? 모든 곳이 여기와 비슷한 상황인지가 궁금해서…” 외계인의 질문에 수호천사는 다시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접속해 분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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