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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에 대한 고찰과 예측 케이스 분석

by DRTK

제 3 장.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


1절.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에 대한 고찰


우리는 앞선 장들에서 인공지능이 얼마나 좋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즉,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영향과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부분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성장동력이 되어 인공지능은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이라는 가설도 검증해 보았다. 이번 장에서는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보려고 한다.


인류에게 언제나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 기술, 프로세스 등이 주어졌을 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새로운 룰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과거의 룰에 의해 움직이던 것들은 더 이상 중심에 있을 수 없다는 뜻이고, 변두리로 밀려가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은 모든 이노베이션 (혁신)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앞서 우리는 이것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한 요제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와 그의 이론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기도 했다. 여기에 비슷한 개념이지만 조금은 다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도 함께 알아보고 이 두 개의 이론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인해 파괴되고 사라지게 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이전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류의 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냄으로써, 요제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개념을 동시에 체계화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요제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그는 혁신을 통해 낡은 산업 구조와 생산 방식이 파괴되고,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창출되는 역동적인 과정을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혁신 주도 성장: 경제 성장은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획기적인 기술 혁신에 의해 주도.

낡은 것의 파괴: 새로운 혁신은 기존의 낡고 비효율적인 산업, 기술, 기업을 몰락시키고, 관련 일자리를 소멸시킴. 이는 불가피한 ‘파괴’의 과정.

새로운 것의 창조: 파괴된 자리에는 새로운 산업, 기술, 기업, 일자리가 창출됨. 이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창조’의 과정.

역동적인 과정: 창조적 파괴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동적인 과정이며,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본질.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제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한다고 보았다. 일시적인 혼란과 고통이 수반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번영을 가져오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슘페터적 창조적 파괴의 최신판 혹은 가장 강력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AI가 제공하는 지능적 판단·분석·예측 기능은 산업뿐 아니라 인간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하드웨어나 물질적 한계에 묶이지 않으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라는 무형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확장·전이되는 특성을 지닌다.

창조적 파괴는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를 유지하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단순 반복 업무로 가득한 직업들은 인공지능이 더 낮은 비용과 높은 정확도로 대체할 수 있어, 인간 노동시장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질서”가 탄생함으로써, 전혀 다른 형태의 고용·산업·사회 시스템이 생겨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관리·감독하는 고급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규모 창업자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길이 열리며, 사회적 분야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은 기존 시장의 강자를 몰락시키는 혁신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주로 기업 경영 전략 관점에서 혁신을 분석하며, 기존 기업이 간과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 시장의 간과: 기존 시장의 선도 기업들은 주로 주류 시장의 고성능, 고마진 제품에 집중하며, 저가 시장이나 새로운 고객 요구에는 소홀.

틈새시장 공략: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이 간과하는 저가 시장 또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시작됨. 초기에는 성능이 부족하지만, 저렴하고 간편하며 특정 요구에 특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

점진적 성능 향상: 파괴적 혁신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점차 기술력을 축적하고, 제품 성능을 점진적으로 향상.

주류 시장 진입 및 장악: 성능이 향상된 파괴적 혁신 제품/서비스는 주류 시장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시작하며, 결국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선도 기업을 몰락시킴.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이 기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보았다. 기존 기업은 파괴적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몰락할 수 있으며, 새로운 혁신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클레이튼의 파괴적 혁신 이론을 다른 표현으로, “기존 시장에 낮은 성능 혹은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진입했다가, 어느 순간 기술·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기존 주류를 대체·흡수하는 혁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최근 20여 년 사이에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정에서 목격한 대표 사례로는 피처폰 시장을 단숨에 무너뜨린 스마트폰, DVD 렌털 업체를 몰락시킨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있다. 이때 초기에 ‘보조적’으로 여겨지던 기술이나 서비스가, 주류 기업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빈틈을 파고들어 결국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것이 파괴적 혁신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파괴적 혁신이 완료된 이후의 케이스에 대해서는 분별과 분류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진행 중인 케이스들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만드는 파괴적 혁신 양상은 기존의 비즈니스 및 산업 체계 전반에서 감지된다. 다음 세 가지 분야 예시를 인공지능이 만드는 파괴적 혁신 케이스 예시로 분류하였다.


AI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예: ChatGPT API, 이미지·음성 처리 API 등) 덕분에,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개인 개발자도 고성능 모델을 저렴하게 활용해 신제품·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막대한 자본·인프라가 필요했던 기술 영역을 민주화함으로써, 대기업이 독점하던 시장에 ‘작은 플레이어’가 진입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초개인화(ultra-personalization) 서비스

AI 추천 알고리즘, 생성형 모델 등을 활용해 각 개인에게 맞춤형 교육·헬스케어·금융·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영역이 급속 성장 중이다.

이는 대중 표준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업체가 경쟁 우위를 잃을 가능성을 높인다.


융합 분야의 급성장

인공지능+바이오, 인공지능+에너지, 인공지능+소셜벤처 등 새로운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급팽창하고 있다.

전통적 경계가 무너지고, 과거에 없던 산업·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존 시장 우위자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


이처럼 “한 번에 완벽한 파괴”가 아니라, 수많은 신생 서비스가 리니어(Linear) 혹은 기하급수(Exponential) 곡선으로 성장하며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을 촉발하는 핵심 동력이 곧 인공지능이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이다. 파괴적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업과 기술이 등장하고 기존 기업과 산업이 몰락하는 과정 자체가 창조적 파괴에 해당한다.

창조적 파괴: 거시적인 경제 시스템의 변화, 산업 구조의 재편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

파괴적 혁신: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기업 경영 전략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개념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 두 이론이 동시에, 그리고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2절. 인공지능이 불러오는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의 예측 사례


이제,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지, 혹은 앞으로 일으킬 수 있는지 분야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전통적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들이 발생할지,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떤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지 예측해 보았다.


산업/제조 분야

창조적 파괴 측면에서 보면, 기존 제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인 노동과 정밀 작업 영역에 인공지능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나 단순 반복 업무 종사자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전통적인 대량 생산 방식만을 고수하던 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고 쇠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제조업이 부상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접목된 스마트 팩토리, 그리고 유연하고 맞춤형 생산을 가능케 하는 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새로운 형태의 제조 기업들이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파괴적 혁신도 발생한다. 초기에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고,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용이한 ‘중소기업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같은 것이 나타나 대기업 중심의 시장을 서서히 파고드는 형국이 될 것이다. 개인 맞춤형·소량 다품종 생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대량 생산 중심의 제조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측되는 변화로는, 산업 분야에서 단순 노동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로봇 운영, 데이터 분석, 유지·보수, AI 알고리즘 개발 등에 종사하는 고급 역량 직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경쟁력은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리게 되며, 소비자들은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의료/헬스케어 분야

창조적 파괴의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가 상당 부분 해체될 수 있다. 단순 진료나 반복 검사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대체되면서 의료 인력의 역할도 급격히 바뀔 것이다. 영상의학과처럼 영상 판독이 핵심인 분야는 AI가 높은 정확도로 질환을 판독하게 되면, 현재의 인력 구조는 물론이고 대형 병원 중심의 의료 시스템 역시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헬스케어 산업이 부상한다. 인공지능 기반 정밀 의료, 원격 진료, 디지털 치료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실시간 모니터링 등은 오히려 인간의 건강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잠재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 역시 가속화될 것이다. 예컨대, 저가 원격 진료 플랫폼이 초기에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주류 의료계에서 경시되다가, 기술 발전과 함께 편의성과 비용 효율을 앞세워 기존 병원 체계를 잠식하게 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질병 치료 위주의 헬스케어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의료 서비스 패턴 자체가 바뀌어 환자들은 훨씬 편리하고 저비용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의료인력은 데이터 분석 기반의 정밀 치료 설계나 환자 상담, 교육 등 더 고차원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개인 건강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전반적으로 커지고, 사회 전체의 복지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 분야

교육 분야는 이미 온라인 학습, 에듀테크를 통해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접목되면 그 속도와 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주요 양상으로는,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과 암기 위주의 교육이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지식 전달 중심의 교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오프라인 학교 중심의 교육 시스템도 유연성·효율성 측면에서 대체될 여지가 크다.

반면,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부상할 것인데,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 플랫폼, 가상 교육 환경, 몰입형 콘텐츠,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 등이 이미 빠르게 발전 중이다. 파괴적 혁신 측면에서는 저가 온라인 학습 플랫폼의 급속 확산이 가능하다. 초기엔 품질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전 세계 누구나 장소·시간 제약 없이 우수한 학습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오프라인 학교 중심 교육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개인 맞춤형 학습과 자기 주도 학습이 보편화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교육 현장에서 예측되는 변화로는,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설계자·멘토·코치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게 되고, 학생들은 인공지능 튜터를 통해 학습 속도와 난이도를 개별적으로 조정받으며 효과적인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교육 격차가 크게 해소될 가능성이 열리고, 평생 학습 사회로의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교통/물류 분야

창조적 파괴는 자율주행차와 로봇배송, 드론배송 등이 확산되면서 가장 먼저 운송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다. 택시나 버스 운전사, 트럭·택배기사 같은 인력이 대폭 줄고, 인간 중심의 교통 시스템이 안전·효율성 문제로 인해 서서히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면에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부상하는 과정이 숨어 있다. 무인 택시, 무인 배송, 스마트 물류 관리 등은 오히려 소비자와 기업 양측에 높은 편의와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있다. 초기에는 운행 범위나 안전성 문제로 제한적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차량 소유 문화를 파괴하고 공유 모빌리티로 급격히 옮겨갈 수 있다.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 배송 동선을 최적화함으로써 기존 물류 산업 체계를 뒤흔든다.

교통·물류 전반에서 예측되는 변화로는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가 완화되고, 물류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배송비와 배송 시간이 줄어들며, 도시 공간 자체가 보행자와 공유 모빌리티 중심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관련 인프라, 관련 관리·유지보수·데이터 분석 분야도 새로운 일자리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제 분야

기존 금융 산업도 창조적 파괴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은행 지점, 증권사, 보험 설계사 등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와 대면 상담 중심의 금융 모델은 핀테크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급격히 재편될 수 있다. 단순 업무나 대면 판매 중심 비즈니스는 경쟁력을 잃고, 거대한 지점망을 유지하던 전통 금융 기관은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현상이 이미 시작되었다. 많은 대형 은행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크게 부상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보 어드바이저, 알고리즘 트레이딩, 디지털 자산 관리,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는 이미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는, 저가 로보 어드바이저가 고액 자산가 중심의 기존 자산 관리 시장을 파괴하거나, 블록체인·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금융(DeFi)이 중앙 집중형 금융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은 비대면·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시장의 역동성이 커지며, 기존 기관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한편 핀테크·플랫폼 기업들이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다.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의 등장과 시장 경쟁의 심화로 소비자의 선택지는 훨씬 넓어지겠지만, 알고리즘 편향이나 시스템 리스크, 사이버 보안 문제 등 새로운 형태의 위험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

마지막으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어날 창조적 파괴파괴적 혁신은 이미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TV, 신문, 라디오 등 일방향의 대중 매체는 개인 맞춤형 온라인 스트리밍, 인터랙티브 미디어, 메타버스 플랫폼 등에 밀려 위상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와 송출 기반을 갖춘 전통 미디어 기업들도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반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AI 기반 콘텐츠 추천, 자동화된 영상·음악·텍스트 생성, 메타버스에서의 몰입형 경험 등은 사용자에게 훨씬 개인화되고 인터랙티브 한 경험을 제공한다.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 플랫폼(예: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 확산되면서 기존 TV·영화관 중심의 문화를 파괴해 온 과정을 들 수 있다. 앞으로는 AI 도구를 활용해 일반 사용자도 쉽고 저렴하게 영상·음악·게임·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 생태계와 문화 소비 패턴이 또 한 번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 결과, 미디어 소비 방식은 일방향에서 개인 맞춤형·인터랙티브로 넘어가고, 콘텐츠 제작은 전문가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참여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가상·증강현실이 본격화되면, 우리가 체험하는 엔터테인먼트 경험 자체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심화학습]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에 대한 대비 및 긍정적 방향 유도 방안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이를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준비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각 분야별로 몇 가지 대응 전략과 긍정적 방향 유도 방안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제조 분야

대비 방안:

반복 업무 종사자 실업 문제 완화를 위한 재교육, 직무 전환 프로그램 활성화

중소기업 대상 저비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보급, 관련 인프라·기술 컨설팅 지원

제조 데이터 표준화, AI 기반 품질 관리 및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 도입 장려

긍정적 방향 유도:

인간과 인공지능 협업 모델 구축(사람은 창의성·디자인·통찰, AI는 정밀·반복·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서비스·인공지능 윤리·로봇 전문 등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 육성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효율은 높이고, 노동 환경의 안전·편의 수준도 높이는 정책 추진


의료/헬스케어 분야

대비 방안:

의료 인력 재교육(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 진단 시스템 운용), 의료윤리 가이드 강화

원격 진료 인프라, 디지털 치료제 관련 법·제도 정비, 의료 빅데이터 표준화 및 보안 강화

공공 영역 및 취약 계층 대상 원격 진료·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확대

긍정적 방향 유도:

예방 중심 헬스케어로 전환,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 활성화

인공지능 진단과 인간 의사의 협업을 통해 더 정확하고 비용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주도, 질병 예방 및 건강 수명 연장에 기여


교육 분야

대비 방안:

교사 대상 인공지능 활용 교육 연수, 미래 핵심 역량(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함양 연수 확대

온라인 학습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인프라 정비, 교육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

저소득·취약 지역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기기 보급, 맞춤형 튜터링 프로그램 운영

긍정적 방향 유도:

개인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통해 학습 효율 극대화, 학습 격차 해소

교사는 학습 설계자·멘토 역할에 집중, 학생들의 창의적 탐구와 자기 주도 학습 촉진

평생 학습 체계를 확립하여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


교통/물류 분야

대비 방안: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운송 종사자 직업 전환 프로그램 마련(드론 운용, 물류 시스템 관리 등)

자율주행 안전 기준, 교통관제 시스템, 인프라(V2X 통신망) 정비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라스트마일 배송 혁신,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 병행

긍정적 방향 유도:

교통 체증·사고 감소, 주차 문제 해소 등 공익적 가치 극대화를 위한 통합 교통 정책 추진

공유 모빌리티, 온디맨드 물류로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 도입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으로 도시 공간 활용을 혁신하고, 교통 약자 이동 편의를 대폭 증진


금융/경제 분야

대비 방안:

금융 전문가 대상 인공지능·핀테크 역량 교육 강화, 데이터 분석·알고리즘 개발 인력 양성

디지털 금융 소비자 보호 제도 확립(알고리즘 투명성,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

금융 소외 계층 대상 디지털 금융 접근성 강화, 공공 금융 서비스 개선

긍정적 방향 유도: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 보편화로 금융 효율성·투명성·포용성 제고

핀테크·플랫폼 기업과 전통 금융기관의 협력 모델을 통해 혁신 생태계 조성

블록체인·인공지능 기술 결합으로 탈중앙화·투명 금융 시스템 모색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

대비 방안:

미디어 창작자 대상 AI 기반 콘텐츠 제작 툴 활용 교육, 저작권 보호·콘텐츠 윤리 가이드 정비

미디어 플랫폼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불공정 경쟁 방지, 가짜 뉴스·허위정보 규제 강화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지역 창작자의 참여를 장려하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원책 마련

긍정적 방향 유도:

인간과 인공지능 협업 모델로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콘텐츠 제작 활성화

사용자 참여형 콘텐츠, 메타버스 등 확장된 엔터테인먼트 경험 지원

문화·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 확대


이처럼 인공지능은 산업·제조, 의료·헬스케어, 교육, 교통·물류, 금융·경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동반한 거대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핵심은 과거의 룰을 고수하면 도태되고, 새로운 질서를 적극 수용하면 기회가 열린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하는 ‘이노베이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전체의 발전과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적절한 규제와 적극적인 지원이 균형감 있게 작동해야 한다. 각 산업 분야별로 새로운 인력 수요에 대응할 교육과 재훈련 체계를 마련하고, 인공지능 윤리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며, 산업 혁신에 뒤처지는 계층이나 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원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가 여부는, 우리 사회가 이런 대비와 협력을 얼마나 성실히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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