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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지혜에 대한 고찰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필요할까?

by DRTK

제7장.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지혜에 대한 고찰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필요할까?



인공지능 시대에 재정의되는 개념들과 불확실성에 대한 지혜의 역할


우리는 지금까지 생소한 것들로 가득한 어렵고 험난한 지식의 산들을 넘고 넘어왔다. 어떤 산은 비교적 여유로워 그 산의 풍경이나 주위환경까지도 생생한 반면, 어떤 산들은 너무 험해서 힘들었다는 기억뿐인 곳도 있다. 이제 우리가 지나가야 할 곳은 아주 깊은 골짜기와 인적 드문 깊은 숲과 같은 곳들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반드시 그곳을 지나야만 한다. 거기서 우리는 길을 잃을지도 모르고, 더 깊이 들어가기가 무서워 포기하고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나야 할 곳들이고 누군가는 가야 할 곳들이다.


아마 오늘 우리가 그곳에 발을 디딘다 해도 어쩌면 세계 최초는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고찰과 고민을 해보려고 하는 문제들을 인적 드문 깊은 골짜기와 숲에 비유해 보았다. 그 이유는 이 문제들에 대해 아직 확실한 진리라고 할 수 있는 답이 없고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으며, 아직은 이 문제들을 깊게 생각조차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전반부를 통해 "인공지능의 시대"를 인류사에서 가장 크고 강력하게 인류의 모든 것을 혁신할 이노베이션 플랫폼(innovation platform)으로 정의하였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유례없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통해 현대 문명 속에 살아가는 인류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이고 범학문적으로 바꿔버릴 것이며, 지식 생성의 주체가 인간만에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까지 그 생성 주체가 다양화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것이 의료, 금융, 제조, 물류, 교육, 예술, 문화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혁신과 변화를 만들 것이라는 것도 알아보았다.


그 혁신과 변화로 수많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일어날 것이란 것도 살펴보았다. 그것이 인공지능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매우 긴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큰 변화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일어날 것이며 이미 그것들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인공지능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학문적 동인 요소들을 분석해 보았고 그중에서도 자가 증식적(self-reinforcing) 특성을 가장 짙게 가지는 기술적 동인 요소에 집중하여 동인 요소 간의 상호작용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 생태계를 창출하면서, 양의 피드백 루프(positive feedback loop)가 작동하여 팽창하면서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도 알아보았다. 부의 축적 방식이나 부의 이동에서도 전환이 일어나 유형의 자산보다 무형의 자산이 중심이 되는 부와 힘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도 살펴보았다.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인공지능에 크게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의사결정권과 책임 소재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기존 가치사슬을 근본적으로 변형시켜, 인간이 해야 할 일과 기계가 맡을 일을 새로 구분하도록 만든다. 즉, 노동, 산업, 사회구조가 전면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수용 능력에 따라 국가, 기업, 개인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완화할지가 큰 과제가 된다. 이 두 가지가 인공지능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만드는 대전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과거 증기기관이나 전기 같은 발명품이 특정 영역의 발전을 견인했다면, 인공지능은 데이터·알고리즘·컴퓨팅 파워가 융합된 형태로 모든 산업 전반에 파급을 일으킨다. 인공지능이 대거 도입되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나 가치사슬이 해체되고 재조직되는 '창조적 파괴'가 동시에 발생하기도 하고, 신생 기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전통 산업에 충격을 주는 '파괴적 혁신'이 연쇄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가치사슬을 변화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면서 혁신을 촉진하자, 노동·산업·사회 구조가 전면적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나 사무직은 AI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 인간은 전략·창의·감성·윤리 같은 고차원적 노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노동'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모시키며, 재교육과 업스킬링(upskilling)을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훈련 시장을 형성한다.


또한, 물리적 자산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 플랫폼 등이 자본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빅테크 기업 혹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크게 높이게 되는 반면, 기술 적응력이 낮은 개인이나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커진다. 이 격차가 커지면 사회·정치적 갈등도 심해져, 결과적으로는 국가와 기업, 개인 간의 불평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재정의가 불가피한 개념들과 발생하는 문제들


이러한 대전환들로부터 재정의가 불가피한 개념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 책은 그것들을 '지식(Knowledge)'과 '권위(Authority)', '창의성(Creativity)의 경계', '지적 노동(Work)'과 '인간 역량(Human Capability)', 그리고 '윤리(Ethics)' 및 '법·제도(Law & Policy)'의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지식(Knowledge)과 권위(Authority) 또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재정의가 요구된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학계나 전문가 집단이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을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 따라서 지식의 생산 구조가 다양해지고, 전통적 권위자뿐 아니라 알고리즘, 플랫폼 기업, 개인 개발자가 지식 주체가 되면서 기존 권위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의 블랙박스 현상이 겹치면, 인공지능이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기 어렵게 되어 사회가 그 지식과 권위를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의문이 커진다. 그것은 결국 "누가 진리를 정의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창의성(Creativity)이라는 문제도 중요한 국면에 서 있다. 예술, 음악, 디자인 영역에서 AI가 준프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창작자와 예술가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창의성은 오래도록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데이터 조합과 알고리즘으로 창작된 결과물의 예술적 가치나 독창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새로운 도전이다. 인간이 가진 감정·경험과 달리, AI는 이미 축적된 작품·스타일을 학습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물이 과연 '진정성'을 지니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따라온다.


노동과 인간 역량(Human Capability)에 대해서도 인공지능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난 뒤 인간이 맡아야 할 영역은 감성·공감·윤리·복합적 판단 능력 등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이는 노동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AI 리터러시(AI Literacy)라는 개념이 부상하여,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활용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역량이 된다. 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사람이나 사회는 빠르게 뒤처질 위험이 있고, 결국 기술 격차가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윤리(Ethics)와 법·제도(Law & Policy) 측면에서도 인공지능 시대가 낳는 숙제가 매우 많다. 자율주행차나 의료용 AI 등 인간 개입이 줄어드는 시스템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한 해답이 없다. 알고리즘이 편향된 결과를 내거나,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해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이미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AI 무기화나 사이버전이 가속되면 국제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국제 협력과 표준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다차원적 불확실성


이처럼 인공지능이 몰고 온 거대한 파급력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기술 발전 속도나 오작동·편향 문제, 자동화로 인한 실업과 소득 불균형, 감시사회화에 대한 대중의 불안, 국가 간 규제 격차와 군사적 경쟁, 인간 지적 능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철학적·존재론적 의문이 모두 상호 연계되어 있다. 어느 한 축에서 문제가 터지면 다른 영역도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복잡한 구조다.


이와 동시에 재정의되는 개념들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아마도 이 책에서 다룬 재정의와 발생되는 문제들보다 더 많은 것들에서 새로운 정의와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가 한계에 가깝다. 그것은 인공지능과 이 새로운 문제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나타나는 불확실성들을 여기서는 다시 다섯 분야로 나누어 보았다. 기술적 불확실성, 경제적 불확실성, 사회적 불확실성, 정치-규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철학적-존재론적 불확실성이 다섯 분야이다. 재정의되는 개념들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한 불확실성들과 어떤 상호작용이 있는지를 분석하여 보았다.


기술적 불확실성: 발전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AI 오작동·편향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짐. 데이터 의존성이 상승하고 신뢰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

경제적 불확실성: 일자리 소멸과 재편, 소득 불평등, 산업 구조 급변이 심화될 수 있음. 일자리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 속도가 가파를수록, 새로운 직업·기존 일자리 간 공백이 커지고, 투자·기술 격차에 따른 소득 불균형이 심화됨.

사회적 불확실성: 감시사회, 프라이버시 침해, 대중 거부감 등이 폭발해, 기술 도입 속도를 조절하자는 정치적 압박이 커질 수 있음. 데이터 활용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빅브라더적 감시에 대한 우려를 낳고, AI 의사결정의 윤리성과 투명성에 대한 대중적 의심이 커질 수 있음.

정치·규제적 불확실성: 국가별 규제, AI 무기화·기술 패권 경쟁, 국제 분쟁 위험이 증가. 국가별 규제·법률이 달라, 글로벌 수준에서 AI 경쟁과 기술 표준 주도권 싸움이 일어남.

철학적·존재론적 불확실성: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출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 "누가 진리를 정의하는가?"가 심층적 갈등으로 부상. 인간과 AI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려우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야기함.


위 다섯 가지 불확실성의 카테고리의 상호작용과 인과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면,

"기술적 발전이 빨라질수록

→ 경제적·사회적 충격이 가중되고

→ 정치·규제 측면에서 뒤따라가지 못하면

→ 철학적·윤리적 충돌이 커지고

→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 재생산된다”

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축에서의 변화나 규제가 다른 축의 불확실성을 완화 또는 가중시키는 다차원적 상호작용이 벌어지는 시대가 인공지능 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의 다른 시대에도 다차원적 상호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다각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의 영향력과 복잡성에서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국면이다.



발생하는 문제점들과 해결 방향성


인공지능 시대의 다차원적 상호작용과 불확실성,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패러다임 전환과 개념 재정의 과정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불평등과 권력 독점 심화에 대한 문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데이터, AI 인프라를 독점한 거대 플랫폼이나 특정 선진 국가·대기업이 인류의 주요 자원, 권력을 장악할 위험이 높아진다. 중소기업·개인·개발도상국은 AI 활용 역량 부족과 자본 부족으로 뒤처지며, 경제·사회적 격차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과 윤리 공백의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블랙박스 AI가 사회적 판단에 개입할수록, 편향·오류가 생겼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가가 불투명해진다. 윤리·법적 규범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AI가 빠르게 도입되면, 개인정보 침해·자율 무기 남용·감시사회화 등 인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재편과 사회·세대 갈등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날 것이다. 자동화·가상화가 가속되면 전통적 직업·업무가 붕괴하고, 대규모 실업이나 직무 전환이 필요해진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디지털 숙련도·적응력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정체성 혼란과 가치·철학적 위기는 인공지능시대의 만개시기가 아닌 시작점인 현재 시점에서 더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가 창작과 판단 영역까지 수행하면, 인간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를 재점검해야 한다. 가짜뉴스·딥페이크 등으로 정보 신뢰가 추락하면, 시민의 정치적·문화적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문제도 일어난다.


기술 오남용과 글로벌 안보 위협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 더욱이 자율 무기체계나 사이버 공격 등은, AI가 위험하게 사용될 경우 국제적 안보 위협으로 번질 수 있다. 동시에 각국이 AI 패권을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면, 세계 평화나 협력이 저해되고, 불신이 만연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별로만 보아도 심각하지만, 사실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더 복합적·잠재적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경제적 독점 문제가 곧 윤리 공백과 직결되고, 정체성 혼란이 사회 갈등과 안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혁신은 단순히 "기술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변동"을 의미하며, 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대응하려면 재정의된 개념들을 바탕으로 한 거시적·통합적 문제 해결이 요구된다.



해결 방향성: 지혜 중심의 통합적 접근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최선의 해결 방법과 방향성을 가장 보편적 시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제안될 수 있다.

다차원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기술·경제·사회·정치·윤리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포괄적·협업적 관점에서 규범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AI 안전성·편향 규제, 노동 재교육 지원, 책임 소재 명확화, 글로벌 협약 등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AI 리터러시와 평생 교육을 지금 시작해야한다. 개인·조직·국가가 AI 기술의 장단점, 윤리·사회적 영향 등을 기본 소양으로 익혀야 한다. 단순 사용자 수준을 넘어,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신뢰·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설명 가능성, 데이터 거버넌스, 개인정보 보호 등은 윤리·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법·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AI가 어떤 기준과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책임성 프레임워크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복지·분배 구조 혁신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 안전망을 재설계해야 극단적 격차와 실업을 막을 수 있다. 부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데이터 주권 정책, 공공 AI 인프라, 오픈소스 플랫폼 지원이 필요하다.


국제 협력 및 규범 정립이 필요하다. AI 무기화, 사이버 안보, 플랫폼 독점 규제 등은 한 국가만의 규제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글로벌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필수이다. 국가 간 규제 격차가 클수록 투기가 발생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예측 불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더 깊은 곳으로: 지혜가 필요한 근본적 질문들


나는 지금까지 이 책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지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실상 지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혜가 제도적인 부분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혜 자체가 슈퍼파워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혜가 지식만으로 풀 수 없는 부분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분명 유일한 선택지일 것이다.


위에서 설명된 것들 중에 더 깊게 생각해야 할 것들과 미처 설명되지 못한 것들을 지금부터 더 깊게 생각해보고 그 해결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다음은 나라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질문들이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질문들은 위에서 치열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기본으로 그 기본을 더욱 탄탄히 하고자 하는 추가 작업일 뿐이다.


첫째, 인간과 인공지능 누가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지식의 진리를 정의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지식이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지식의 타당성과 진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인간의 가치체계와 윤리적 판단에 의존한다. 인공지능은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 있지만,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맥락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가 필요한 영역이다. 결국 진리의 정의는 인간이 가진 윤리적 책임감과 공동체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셋의 구축과 인증은 필요하고 중요하며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원료이자 편향과 오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고품질의 데이터셋 구축과 엄격한 인증 과정 없이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의 문제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투명성, 대표성, 윤리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셋째, 인공지능 창작물의 지적소유권에 대한 인정을 해야 것인가? 현재 대부분의 법체계에서는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생성한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창작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생성 능력을 어떻게 구분하고 평가할 것인가? 이는 창작의 본질과 인간 고유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넷째,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의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기반한 재교육, 재배치 프로그램에 대한 부적응자 또는 부적합자들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것인가? AI 리터러시 교육이 확산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수준으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격차, 세대 격차, 교육 기회의 불평등 등으로 인해 소외되는 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이는 기술 중심의 접근을 넘어 인간 중심의 포용적 정책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섯째,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직업 대체 현상이 심화되면 인간의 가치와 역할뿐 아니라 자아실현에 대한 개념까지도 변화되어야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가 인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이는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 중 하나다.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면, AI가 대부분의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에서 인간은 어떻게 의미와 목적을 찾을 것인가?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넘어 인간다움의 가치를 재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여섯째, 만일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가 인공지능과 결합된 로봇과 시설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빈부격차는 더욱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자동화가 극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는 자본과 기술을 소유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간의 격차가 극대화될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기본소득, 자산 공유제, 데이터 배당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곱째, 현재도 자원과 자금력이 풍부한 나라들만 인공지능을 주도 또는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나라들은 자칫 도태되거나 우수한 인공지능을 가진 국가의 경제식민지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AI 식민주의' 문제다. 개발도상국들이 AI 기술과 인프라에서 뒤처지면서 선진국에 더욱 종속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 역량 강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여덟째, 언급된 해결책들은 기본적으로 최소 하나의 국가 전체의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것이 기본이고, 나아가서는 글로벌한 사회적 동의 또는 국가와 국가 간의 동의가 필요한 것들이 많다. 이에 자칫 현실성 없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끝나버릴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는 AI 거버넌스의 가장 큰 딜레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해결책들이 제시되지만, 실제 구현에는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완벽한 글로벌 합의를 기다리기보다는 지역별, 분야별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여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아홉째, 과연 인공지능 시대의 글로벌 패권 장악은 국가들에게 필요한 것인가?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리드할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가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가? 이는 AI 시대의 지정학적 질서에 관한 근본적 질문이다. 패권 경쟁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가져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경쟁이 파괴적이 아닌 건설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민간과 국가의 역할 분담도 명확히 하여, 혁신은 민간이 주도하되 윤리와 안전은 국가가 담보하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집단지혜와 홍익인간: 새로운 해결의 패러다임


사실 이 질문들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넘어서는 집단지혜(collective wisdom)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집단지성이 주로 정보의 집합과 효율적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집단지혜는 보다 깊은 차원의 통찰과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 집단지혜는 단순한 합의나 다수결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통합하여 더 높은 차원의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이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다면적인 AI 시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나는 이 중심에 인공지능 시대에 맞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의 현대화와 글로벌화를 통한 한국인의 리더십 발휘가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필요한 지혜의 중심에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올바른 인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개인의 이익을 넘어 인류 전체의 복리를 추구하는 철학이다. 이는 단순한 이타주의가 아니라, 모든 존재의 상호연결성을 인식하고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통합적 사고방식이다. 현대적 맥락에서 홍익인간 이념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상호연결성의 인식: AI 시대의 문제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기술적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경제적 문제가 윤리적 문제가 된다. 홍익인간 정신은 이러한 상호연결성을 깊이 이해하고, 부분적 최적화가 아닌 전체적 조화를 추구한다.

포용적 접근: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격차, 소외계층의 AI 접근성, 세대 간 기술 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제가 아닌 포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홍익인간은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가치다.

균형잡힌 발전: 기술 발전과 인간 가치, 효율성과 형평성, 혁신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 이는 AI 발전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복리에 기여하도록 하는 지혜다.

미래 지향적 책임: 현재의 결정이 미래 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장기적 사고다. AI 기술의 발전이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현실적 구현을 위한 단계적 접근


이러한 이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1단계: 인식의 전환 -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공존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기술 발전의 목적을 인류의 복리 증진에 두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

2단계: 교육과 역량 강화 - AI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 AI 윤리, 철학적 성찰, 글로벌 시민의식을 포함하는 통합적 교육이 확산되어야 한다.

3단계: 제도적 기반 구축 -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4단계: 국제적 연대와 협력 - 지역별, 분야별 협력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5단계: 지속적 성찰과 개선 - AI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접근 방식을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는 학습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지혜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지식과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인류에게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혁신과 편리함이 증대될수록,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또한 커진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단순한 기술적 대응을 넘어,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기존의 산업 혁명들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과정이었다면, 인공지능 혁명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지적 활동까지 기계가 대신하는 과정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정체성, 노동의 의미, 사회적 역할의 변화, 가치 체계의 재구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구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식이 단편적 정보의 축적이라면, 지혜는 그 지식을 기반으로 더 깊은 통찰을 이루고, 복잡한 문제 속에서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지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 작용해야 한다.


첫째, 기술적·경제적 변화 속에서 균형을 찾는 지혜이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부의 축적 방식을 만들어내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노동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대규모 실업과 새로운 직업군의 탄생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발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윤리적 갈등을 조정하는 지혜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하면서, 우리는 기술적 편향, 데이터 독점, 프라이버시 침해,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결국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셋째, 철학적·존재론적 질문에 답하는 지혜이다. 인공지능이 창작과 판단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 인간은 더 이상 지식 생산의 유일한 주체가 아니다. 따라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란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철학적 변화를 예측하고 균형을 잡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지식과 효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성찰은 개인의 수준을 넘어, 국가와 기업,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된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인간은 항상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아왔다. 이제 그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지혜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힘.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궁극적인 지혜일 것이다.


집단지혜를 넘어서는 집단지성, 그리고 홍익인간 이념의 현대적 구현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지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 지혜(智慧)의 귀환

긴 호흡으로 토대를 세우고, 짧은 문장으로 결론을 새긴다.
지식은 기초다. 지혜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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