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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Estelle Jul 11. 2023

"죽여" "때려" 매일 들리는 속삭임

[조현병 환자 가족의 이야기] 

"죽여" "죽여" "죽여"

"저기야" "취이익" "때려" 

"스스-슥"


조현병 환자 관련해 두 번째로 눈에 띄었던 유튜브 영상은 '일반인이 듣는 조현병 환자의 환청 증상'이었어. 나는 이 영상을 보고 한 시간 동안 펑펑 울었어.


엄마의 귀에는 위와 같은 소리들이 매일 속삭이듯 들리고 있을 텐데 가족들은 소리를 믿어주지 않고, "정신 차려" "왜 그래"라며 소리만 질렀으니 엄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엄마한테 소리 지르지 말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자' 다짐해도 엄마의 환청 증상이 나타나면 없는 분노와 답답함이 솟구치면서 차분하게 말할 수 없었어.



망상 증상도 마찬가지였어. 환청뿐 아니라 망상 증상도 엄마와 우리 가족을 힘들게했지.


어느 날 엄마가 아빠와 나를 안방으로 불렀어. 포털사이트에 '투시경'이라고 검색한 엄마는 아빠와 내게 이렇게 말했어.


"투시경 알지? 위층에서 지금 투시경으로 우리를 보고 있어"


아빠는 엄마에게 한 소리했어. "당신 도대체 왜 그래. 투시경은 뭔 또 투시경이야" 

나는 "엄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제발 이러지 좀 마"


엄마는 여전히 가족들이 엄마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억울해하며 화를 냈지. 엄마도 많이 답답했을 거야. 엄마 눈에는 투시경이 보이고, 엄마 귀에는 위층에서 엄마를 욕하는 소리들이 자꾸 들렸을 테니까. 그때 소리 질러서 정말 미안해 엄마. 엄마의 환청, 망상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이 서러워서 그랬어.


투시경 망상 사건 있던 날 밤, '도대체 신은 있을까' '하느님이 계신다면 왜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하신 것일까'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일까'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취업하고 여유 좀 가지려고 하니까 가족의 아픔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야만 하는 걸까 싶었어. 




엄마, 사람들은 알까?


조현병 환자들이 환청과 망상이라는 증상으로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고 있고, 그 환자의 가족들은 이런 삶을 매일 지켜보며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는 사실을.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킨 사건이 보도될 때 '조현병 환자가 사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정신병=살인면허" "동일수법으로 먼지 나게 두들겨 죽여라. 살 가치가 없다" "안락사 제도 좀 만들어줘. 저런 인간들(조현병 환자들), 삶이 힘든 사람들 편하게 가게"라고 댓글 다는 국민들도 많았어.


매일 귓속에 "죽여" "때려" 등에 이어 각종 욕설이 내 의도와 다르게 들리는데,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 드는데 이걸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 이런 상황 속에서 내 가족이 '나를 해칠 수도' '누군가를 해칠 수도' 있어 두렵게 살아가는 조현병 환자 가족들을 국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 나는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지만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사건, 물론 살인과 폭행처럼 타인을 해치는 사건은 발생하면 안 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생각 없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말이야. 어렵지. 지금도 어딘 가에선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사건으로 누군가 다쳤을 수 있으니까. 타인이 다치는 건 조현병 환자의 가족인 나도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다만 조현병 환자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은 두려우면서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부디 이 사회에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서서히 사라졌으면 좋겠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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