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책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시선은 허공을 떠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내 정신은 안개 자욱한 숲속을 헤매는 나그네 같다. 한 곳에 마음을 고정하려 애쓸수록 생각은 미꾸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집중력이라는 단어는 이제 나에게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진다. 머릿속은 온통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과 소화되지 않은 정보들로 가득 차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을 바라볼 자리가 없다. 나는 현재에 발을 딛고 있지만 영혼은 수만 광년 떨어진 곳으로 자꾸만 달아난다.
"정신 차려야지." 스스로를 다그치지만 머릿속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엉켜 현재라는 시간을 잠식한다. 스마트폰의 알림 소리보다 내 안의 잡음이 더 시끄럽다.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던 시절의 내가 그립다. 그때는 세상이 멈춘 듯 오직 나와 대상만이 존재했었는데, 지금은 수만 개의 파편이 내 주위를 맴돈다.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마음이 안식처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내 마음이 쉴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도는 난민이 된 기분이다. 아무리 문을 잠가도 외부의 침입을 막을 수 없는 낡은 집처럼 내 집중력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용량 문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견디느라 집중할 여유를 잃어버렸다. 흩어지는 모래알을 손바닥으로 모아보지만 금세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간다. 이 산만함은 어쩌면 내가 지금 감당하고 있는 삶이 너무 무겁다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대상에 온 마음을 쏟기에 세상은 너무나 위협적이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나의 주의력은 도망칠 곳을 찾느라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이제 억지로 집중하려 애쓰는 대신, 이 흩어짐을 잠시 허용하기로 했다.
불안은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분산된 주의력은 다시 불안을 키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 속에서 나는 길을 잃는다. 억지로 집중하려 하기보다는, 왜 내 마음이 이토록 산만한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쩌면 내 마음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터져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나의 호흡에만 집중해 본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흩어졌던 모래알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다. 집중은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배운다. 고요한 수면 위에 달이 비치듯, 마음이 잔잔해질 때 비로소 대상이 선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흩어진 모래알들이 모여 단단한 대지가 될 때까지, 나는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