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굳어버린 느낌이 들 때

by 동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 한복판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들어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슬픈 영화를 보아도 눈물이 뺨에 닿기 전에 증발해 버리고, 기쁜 소식을 들어도 입가에 근육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딱딱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마음이 굳어간다는 것은 감각의 퇴화가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석회화시키는 슬픈 진화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너 요즘 참 차가워 보인다."

친구의 말에 나는 미안함보다 '그게 편해'라는 서늘한 동조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부드러운 것은 상처받기 쉽고, 유연한 것은 쉽게 꺾이지만, 돌처럼 굳어버린 마음은 그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굳어버린 마음 안에는 온기조차 갇혀버려, 스스로를 따뜻하게 데울 방법조차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안이 텅 빈 것 같아, 소리를 내면 둔탁한 소리만 나."

나의 내면은 이제 유기적인 생명력이 흐르는 숲이 아니라, 정지된 조각상들이 가득한 고요한 전시장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감정의 유입을 막기 위해 세운 성벽이 너무 높아져서, 이제는 나 자신조차 그 성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잊어버린 꼴입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던 마음도, 누군가를 지독히 미워하던 열정도 이제는 화석이 되어 층층이 쌓인 시간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다시 말랑해질 수 있을까?"

굳은 땅을 적시는 것은 한 줄기 가랑비가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며드는 습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급하게 망치로 그 굳은 표면을 깨뜨리려 하면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이기에, 나는 그저 가만히 온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면의 화석을 쓰다듬으며 그가 한때 가졌던 생생한 색채와 박동을 기억해내려 노력합니다.

"모든 굳은 것들은 언젠가 풍화되어 먼지가 되겠지."

그 먼지가 다시 흙이 되고 그 위에 새로운 싹이 돋아날 때까지, 나는 이 굳어버린 침묵을 견뎌내기로 합니다. 얼어붙은 강물 아래에서도 물은 흐르듯, 내 굳은 마음 깊은 곳에서도 아직 죽지 않은 슬픔 한 조각이 숨을 쉬고 있을 테니까요. 그 작은 숨구멍을 찾아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과업임을 직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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