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절벽으로 이어질 것만 같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결정하는 순간,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미리 나를 덮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왜 매번 선택의 순간마다 처음인 것처럼 떨리는 걸까. 정답이 없는 문제지 앞에 선 수험생처럼 나는 연필 끝을 깨문다. 잘못된 선택이 내 삶을 통째로 망가뜨릴까 봐 두려워 발을 떼지 못한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원망할까 봐, 혹은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나를 고립시킬까 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진다. 확신이라는 신기루를 쫓느라 현재의 발걸음은 갈 곳을 잃고 맴돈다.
"이 길이 맞을까?" 묻고 또 물어도 대답해주는 이는 없다. 확신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처럼 느껴진다. 실패는 무섭고 타인의 시선은 따갑다. 하지만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이고, 그것은 가장 확실한 실패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오직 선택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두려움은 내 선택이 틀렸을 때 돌아올 비난을 예상할 때 커진다. 그러나 인생에 오답 노트는 있어도 오답 자체는 없다. 모든 선택은 나름의 풍경을 보여주며,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늘 지도를 원하지만, 사실 삶은 지도를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미리 그어진 선을 따라가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운송에 불과하다. 내가 내디딘 한 걸음이 비록 진흙탕으로 이어질지라도, 그것은 나의 발자국이라는 점에서 숭고하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함으로 인해 비로소 예술이 된다. 부서진 조각들이 모여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되듯이, 나의 잘못된 선택들도 결국은 내 인생의 독특한 무늬가 될 것이다. 나는 이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포가 아닌 용기로 받아들이고 싶다.
떨리는 심장 소리를 이정표 삼아 한 걸음을 내딛는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면 다시 돌아 나오면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도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 된다. 망설임의 시간조차도 사실은 선택의 일부다. 나는 나를 믿기로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회복력을 믿기로 한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나는 결국 나에게로 돌아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여전히 내 그림자처럼 따라붙겠지만, 나는 이제 그 그림자를 데리고 걷는 법을 배웠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니, 나의 두려움은 곧 내가 가고자 하는 빛의 세기일 것이다.
가장 위험한 선택은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제 주저함을 멈추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논리가 아닌 직관이 가리키는 방향, 그곳이 설령 험난할지라도 나는 기꺼이 나아가겠다. 내가 선택한 실패는 타인이 부여한 성공보다 더 달콤할 것이다. 기로 위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어떤 선택도 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는 없다. 나는 매 순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 발을 뗀다. 내 선택이 빚어낼 미지의 풍경을 향해, 나는 떨림을 안고 첫 발자국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