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다. 특별한 노동을 한 것도, 밤을 새운 것도 아닌데 사지가 바닥으로 꺼져 내려가는 기분이다. 침대 밖으로 발 하나를 내딛는 일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만큼이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거울 속의 나는 중력의 법칙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고독한 피사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잠이 부족한 거 아니니?" 나는 대답한다. "아니, 그냥 몸이 조금 무거울 뿐이야." 사실은 영혼의 무게가 육체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쌓인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응축되어 납덩이가 된 것 같다. 이 무거움은 단지 근육의 피로가 아니라, 생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내면의 아우성이다.
중력은 정직하다. 내가 외면해온 고민들, 억지로 웃으며 삼켰던 눈물들이 모두 나의 무게가 되어 돌아온다. 가벼워지기 위해 애쓸수록 몸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때로는 가벼움이 죄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두가 바쁘게 앞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 혼자만이 바닥에 달라붙어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는 죄책감. 하지만 대지도 가끔은 무거운 구름을 이기지 못하고 비를 뿌리며 쉰다. 나를 짓누르는 이 무게는 어쩌면 더 이상 도망치지 말고 이 자리에서 나를 직면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활기를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 무거운 채로, 그 무거움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창밖의 풍경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내 안의 시계는 멈춘 듯하다. 근육 하나하나가 억겁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돌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내 몸이 가진 면적을 실감한다. 우리는 평소 자신의 무게를 잊고 살지만, 이토록 무거운 날에는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고행이 된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라는 자책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몸은 그 목소리에 응답할 힘조차 없다. 무거운 몸은 내게 속삭인다. 지금은 나아갈 때가 아니라 머물러야 할 때라고. 밖으로 향하던 모든 에너지를 거두어 안으로, 더 깊은 안쪽으로 집중하라는 몸의 명령이다. 나는 그 명령에 기꺼이 굴복하며 이불 속으로 침잠한다. 어쩌면 이 무거움은 내가 나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기에, 나 좀 봐달라고 몸이 내뱉는 비명이 아닐까.
"언제쯤 다시 가벼워질 수 있을까?" 천장을 보며 묻는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지만, 내 몸이 바닥과 맞닿아 있는 이 감각이 오히려 나를 안심시킨다. 떠다니는 구름보다는 단단한 대지에 붙박인 바위가 되고 싶은 마음. 무기력은 나를 공격하는 적이 아니라, 더 큰 부서짐을 막기 위해 잠시 나를 멈춰 세운 보호막이다. 나는 오늘 이 중력에 순응하며 나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기로 했다. 가벼워지는 법은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내면의 근육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무거운 몸은 내가 살아있다는, 그리고 무언가를 견뎌내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이 중력의 고백이 끝나는 지점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발바닥으로 세상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