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집중할 수 없을 때

by 동이

책을 펴도 글자가 눈앞에서 춤을 추고, 영화를 봐도 장면들이 머릿속에 머물지 못한 채 미끄러져 내려가는 날이 있습니다. 마음은 갈 곳 잃은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방황하고, 생각의 가닥들은 잡으려 할수록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허망하게 빠져나갑니다. 무엇 하나에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는 부유하는 영혼, 나는 내 마음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삐를 쥐지 못한 채 끌려다니기만 합니다.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될까,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야."

조급함은 불길처럼 타오르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아, 텅 빈 모니터만 멍하니 응시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세상은 '몰입'의 가치를 찬양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라고 다그치지만, 내 안의 엔진은 과열되어 헛돌기만 할 뿐입니다. 마음을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내면의 정보 처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너무 많은 자극, 너무 많은 소셜 미디어의 파편들,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타인의 성공 서사들이 우리 마음의 정원을 난잡하게 헤집어 놓은 결과입니다. 우리는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곳에 주의를 분산당하고 있는 피해자들입니다. 흩어진 마음을 억지로 모으려 채찍질할수록 마음은 더 멀리 달아나 버리고, 결국 남는 것은 지독한 피로감과 자책뿐입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흩어지는 모래알들을 그대로 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억지로 모으려 하지 말고, 바람이 부는 대로 마음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마음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래, 오늘은 마음껏 헤매보자."

나는 주의력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여행을 떠납니다. 창밖의 구름 모양을 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기도 하고, 먼지 쌓인 앨범을 꺼내어 잊고 지냈던 얼굴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은 창조적 방황의 시간입니다. 직선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던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영감들이 이 무질서한 틈새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밉니다.

사실 현대 사회의 '집중'은 대개 생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생의 가치들은 때로 멍하게 앉아 있을 때, 혹은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때 우리 곁으로 슬며시 다가옵니다. 마음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당신이 하는 일보다 당신의 영혼이 다른 곳에 가고 싶어 한다는 무의식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방향이 어디인지, 당신의 마음이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가만히 경청해 보세요.

마음의 모래알들이 다시 가라앉아 맑은 물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흙탕물을 맑게 하려고 손으로 휘젓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그저 가만히 두는 것,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마음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비결입니다.

"잠시만 모든 연결을 끊어볼까?"

스마트폰을 멀리 치우고, 인터넷 세상을 떠나 오직 육체적인 감각에만 의존해 봅니다. 뜨거운 물에 손을 씻거나, 사과 한 알을 천천히 씹어 먹는 단순한 행위에 집중하다 보면 흩어졌던 마음의 파편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너무 거창한 것에 집중하려다 작은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집중력의 상실은 결코 당신의 결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뇌가 잠시 과부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퓨즈를 끊어버린 방어 작용입니다. 자책하지 말고 그 고요한 멍청함(?)을 즐겨보세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백치미의 상태에서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거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마음이 다시 단단해지고 시야가 선명해지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때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명료하고 깊은 집중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잠시 흩어졌던 모래알들이 다시 뭉쳐 단단한 바위가 되듯, 당신의 방황은 더 큰 확신을 향한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제멋대로 굴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당신의 영혼도 가끔은 길을 잃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모든 것이 흩어져도 당신이라는 존재의 중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중심을 믿고, 흩어지는 감각의 파편들을 다정하게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날들을 우아하게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깊은 호흡 끝에 마음의 먼지가 가라앉고 다시 한 줄기 빛이 비칠 때까지, 나는 이 방황의 시간을 기꺼이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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