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예민해질 때

by 동이

가끔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냉장고의 미세한 웅웅거림, 이웃집의 가벼운 발소리, 심지어 내 숨소리조차 거슬리는 그런 날 말입니다.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만 명확한 원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의 피부가 얇아질 대로 얇아져서, 스치는 바람에도 생채기가 나는 기분입니다. 나는 마치 온몸에 투명한 가시를 두른 고슴도치가 된 것만 같습니다.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지만, 누구도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된 마음이 나를 괴롭힙니다.

"요즘 피곤해 보여, 괜찮아?" 동료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그 호의 어린 질문조차 나에게는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와 박힙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냥 좀 예민한가 봐요."

내뱉은 대답 뒤에 따라오는 미안함이 나를 더욱 옥죄어 옵니다. 예민함은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이면서 동시에 나를 고립시키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농담이 가슴을 후벼 파고, 길가에 핀 꽃조차 지나치게 화려해서 눈이 시립니다. 이럴 때의 나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서 혼자만 톱니바퀴가 어긋난 부품 같습니다. 내가 왜 이토록 날이 서 있는지, 나조차 나를 이해할 수 없어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너무 지쳐서, 이제는 아무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겠지요.

신경의 가닥들이 팽팽하게 당겨진 현악기 같아서, 아주 작은 건드림에도 비명이 터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 나는 조용히 방의 불을 끄고 커튼을 칩니다.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비로소 안전함을 느낍니다. 예민함은 결코 잘못이 아니라, 내가 지금 돌봄이 필요하다는 영혼의 신호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잠시 문을 걸어 잠그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나만의 요새로 숨어드는 법을 배웁니다. 이 예민함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다시 유연한 마음의 근육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이 날 선 감각들을 가만히 다독여주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나를 격리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휴식입니다. 가시를 세운 채 떨고 있는 내 안의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니까요. 내일 아침에는 이 날카로움이 둥근 조약돌처럼 다듬어져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