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멀어져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고르며 조용히 하루를 매듭짓고 싶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가 평소보다 유독 날카롭게 고막을 파고들었고, 나는 그저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린 채 침묵 속에 더 머물기를 바랐습니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축하하거나 기념하며 혹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가끔은 그 모든 파동이 나의 내면을 헤집어 놓는 침입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대단한 슬픔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분노가 치미는 것도 아니건만, 그저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긴 물처럼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뿐입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친한 동료가 던진 걱정스러운 물음에도 나는 그저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며 마음의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 잠갔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문장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늘 나에게는 커다란 육체적 노동처럼 다가옵니다. 문장은 내뱉는 순간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만, 내뱉지 않은 생각들은 내 안에서 켜켜이 쌓여 하나의 단단한 지층을 형성해 나를 지탱해 줍니다.
가끔은 우리 인생에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어야 하고 모든 행동이 목적을 지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찻잔 속의 찻잎이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의 요동치던 감정들도 그 궤적을 따라 차분히 가라앉기를 기다립니다.
"그냥 오늘은 좀 조용히 있고 싶네."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이 말은 고립이 아니라 나를 돌보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대화이며 외부 세계와의 일시적인 휴전 선포와도 같습니다. 저녁 노을이 방 안으로 비스듬히 들어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릴 때, 나는 그 그림자의 고요함 속에 몸을 숨기고 긴 숨을 내쉽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는 시간,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이 정적의 순간이야말로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성소입니다. 영원할 것 같던 소란스러운 하루도 결국 밤이라는 커다란 보자기에 싸여 평온한 어둠 속으로 스러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