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 자신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날이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스스로에게 서운한 날.
해야 할 건 분명 있었지만
마음이 그만 멈춰 서 버린 날.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만 뒤에 남아 있는 날.
그 온도 차이가
나를 더 지치게 할 때가 있다.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면
그제야 들리는 작은 속삭임이 있다.
“왜 이렇게 느린 거지?”
누가 다그친 것도 아닌데
나는 또 나를 밀어붙인다.
그럴 때면
나는 나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가장 많이 몰아붙인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 마음을 향해 조용하게 말을 걸어본다.
“괜찮아?”
대답은 들리지 않지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기분이 든다.
그 작은 고백 위에
또 하나의 말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오늘의 나는,
오늘의 속도로 가면 돼.”
그 문장은
짧지만 나를 감싸 안는 힘이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속도가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있는 속도.
남들이 뭐라 하든
오늘의 나에게 맞는 걸음.
그 걸음을 허락하는 순간
마음이 아주 조금 풀어진다.
다급함이 잦아들고
스스로를 다그치던 손이 느슨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다.
오늘의 속도는
내일의 속도와 같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쉬어가는 하루가 꼭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멈춰 선 나를 바라보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용기를 내는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일어난다.
“괜찮아.”
그건 변명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숨이다.
천천히 걸어도
끝내 도착할 곳은 도착한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다.
그렇기에
나를 조금 더 믿어도 된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정한 박자를 따라가도 된다.
비록 느려 보일지라도
그 속에 내 마음이 온전히 담겨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일의 나를 생각한다.
오늘보다 한 발 더 나아가길 바라지만
그 한 발이 꼭 크지 않아도 좋다.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가 내 마음에 허락한 속도라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다.
때때로
세상이 나를 앞지르는 것 같아도
나는 나의 길 위에 서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내 안의 목소리를 부드럽게 불러낸다.
“오늘의 나는, 오늘의 속도로 가면 돼.”
그 말은
조급함에 눌린 내 마음을 토닥이며
다시 부드러운 숨을 돌려준다.
그 한순간이
내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그 가벼움은
내일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오늘의 속도로
오늘의 나를 지켜낸다.
그게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다.